[삼바 증거인멸 재판]삼성 "타인의 형사사건 무죄 가능성 높아… 본안 기소 결과 후 선고해야"檢, 피고인들에게 1~4년 구형…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 증거 인멸"
  •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데일리 DB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데일리 DB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분식회계 증거 인멸 관련 재판에서 삼성 측은 분식회계 사건 기소 이후 증거인멸에 대한 선고를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28일 증거위조·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 인사팀 박모 부사장, 이모 재경팀 부사장, 백모 상무,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 삼성 안모 대리 등 피고인 8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피고인들은 "대규모로 많은 자료를 지우고 은닉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타인의 형사사건(삼바 분식회계 사건) 결과를 보고 이 사건의 최종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재차 요구했다.

    삼성 측은 "타인의 형사사건이 죄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타인의 형사사건의 유무죄가 불분명하더라도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따라 타인의 형사사건이 무죄임을 전제로 증거인멸죄에 대해 양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본안에 대한 기소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후에 무죄로 선고된다면 피고인들의 억울함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검사가 연내에 분식회계 사건을 기소한다고 했기 때문에 본안 기소 결과를 지켜본 뒤 이 사건 선고를 내려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삼성 측은 "삭제된 자료가 지엽적인 경우 특별 감경요소나 집행유예 참작사유가 된다"며 "이 사건에서 삭제·은닉된 자료는 증거가치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문건들은 객관적 회계기준 입증 여부와 거의 관련이 없고, 일부 문건들조차 적법한 회계처리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관한 문건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 측은 "인멸된 증거가 복원된 경우에는 일반적인 감경 요소로 보고 있다"며 "이 사건에서 삭제·은닉된 자료의 대부분이 복구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현재 인멸된 증거는 모두 복구되지 않았다"며 "자료를 'QNA 프로그램'으로 철저히 지워서 검찰 포렌식으로도 복구에 모두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QNA프로그램은 삼성이 자체적으로 만든 영구 삭제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디지털 포렌식으로도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자료를 삭제할 수 있다.

    검찰 측은 "핵심 증거인 메일, 문자 등도 인멸돼 사건의 실체를 신속,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됐다"며 "검찰이 복구했다는 것은 은닉된 증거를 찾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멸 증거와 은닉 증거는 다르다"며 "은닉된 자료를 복원한 것은 양형 감형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또한, 삼성 측은 "피고인들의 대부분은 분식회계 범죄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자료를 삭제하지 않았다"며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이 1년 6개월간 15회 이뤄지는 상황에서 회사를 위하는 마음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검찰은 삼성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지난 2016년 11월8일부터 지난해 4월26일까지 15회 진행했다. 삼성그룹이 월 평균 1회꼴로 압수수색을 당한 셈이다. 이로 인한 삼성 임직원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가중되면서 증거인멸 행위로 이어지게 됐다는 게 삼성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번 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김모 부사장과 박모 인사팀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3년 6월을, 이모 재경팀 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서모 상무에게 징역 3년을, 백모 상무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에피스 양모 상무에게는 징역 3년, 이모 부장에게는 징역 2년, 삼바 안모 대리에게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번 범행은 동원된 인력과 기간, 인멸된 자료 숫자에 비춰볼 때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증거 인멸 범행"이라며 "글로벌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 임직원들이 대규모 범행을 저질러 우리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통신실, 회의실 바닥을 파서 외장하드, 컴퓨터를 숨긴 것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볼법한 상상 초월한 행위"라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훼손된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대한민국에 다시 이 같은 범죄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잠정적인 선고기일을 오는 12월9일로 정했다. 향후 변수가 생기면 기일 변경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삼바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기소가 제기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은 김 부사장에 대한 마지막 재판은 내달 4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