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백화점 설 연휴이후 매출 최대 30% ↓관광객 필수코스 면세점 소비자 급감영업중단·휴업 카드 꺼내 들어… 타격 불가피
  • ▲ ⓒ연합
    ▲ ⓒ연합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으로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온라인 성장에 밀린 오프라인 시장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우렴 폐렴에 따른 소비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업계는 연말 인사를 통해 전열을 가다듬고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접으며 올해 반등을 꾀했다. 그러나 업계의 이러한 전략에 찬물을 끼 얹을 가능성이 높다.

    ◇ 영업중단·휴업… 문 닫는 백화점·면세점

    우한 폐렴 확산으로 소비의 바로미터인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5일까지 확진자가 18명으로 늘었고 2·3차 감염자까지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인파가 북적이는 다중이용시설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6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주말(1∼2일) 매출은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2019년 2월 9∼10일)과 비교해 11% 감소했다. 특히 명동 본점 매출은 30% 급락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 주말 매출은 12.6%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명동 본점 매출은 23.5% 줄었다. 현대백화점도 전체 매출은 8.5%, 본점인 압구정점은 7% 각각 감소했다.

    특히 우한 폐렴이 확산함에 따라 유통업계가 당분간 단축 영업에 들어갔다. 직원과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지만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의견이 팽배하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0일 전국 51개점(백화점 31점·아울렛 20점) 가운데 교외형 아울렛 9개 점포를 제외한 42개 점포가 휴무한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과 미아점을 제외한 전국 13개 매장의 문을 닫는다. 신세계백화점도 전국 12개 점포가 임시 휴점하기로 결정했다.

    통상적으로 백화점들은 월 1회 정도 월요일에 휴점한다. 1월에 신정과 설 연휴가 겹쳐 휴점일이 많아진 경우 2월에는 쉬는 날 없이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질병 확산 우려로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고 직원들도 감염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늘어나면서 집중 방역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이 실적을 견인하는 면세점업계도 비상등이 켜졌다. 롯데·신세계·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영업시간을 2시간 단축해 오후 6시30분까지 영업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제주점,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휴업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임시 휴업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우한 폐렴이 확산하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지난 3일 오후 이마트 월계점에서 직원들이 고객용 카트 소독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마트
    ▲ 지난 3일 오후 이마트 월계점에서 직원들이 고객용 카트 소독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마트
    ◇ "가뜩이나 힘든데" 올해도 최악 국면하나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소비 흐름이 우한 폐렴이 장기화되면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한 폐렴이 국내에서 추가로 확산할 경우 국내 소비가 0.3∼0.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이 10% 이상 역신장한 바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그해 메르스 확산 전인 5월 매출 대비 메르스 확산 이후인 6월 매출을 비교한 결과 외식업체 84.3%가 한 달 간 매출이 감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화된 불황과 함께 올겨울 상대적으로 따뜻한 겨울로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평균기온은 1.6도로 1908년 기상 관측 이래 112년 만에 가장 따뜻하면서 기대했던 겨울 상품이 외면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1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0.9% 감소했다.

    이 때문에 올해 전망 또한 밝지 못하다. 유통업계가 조직 개편 시기를 앞당기고 비상경영을 외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부정적인 전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2020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백화점이 전분기(103) 대비 10포인트 떨어진 93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업계도 각각 전분기보다 1포인트, 3포인트씩 하락해 80, 75를 기록했다. 소매유통업 RBSI가 기준치(100)를 넘으면 지난 분기보다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고 미달하면 불황을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상의는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어려움은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하려면 경제회복과 아울러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정책의 조속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