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청’ 조직개편 필요하지만 실질적 권한 확보가 관건권역별 전문병원보다도 ‘중앙감염병병원’ 설립 선결과제 의료체계 전반적 구조의 변화까지 이어져야 ‘효율적 감염병 대응’
  • ▲ 서울대병원이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 중이다.ⓒ서울대병원
    ▲ 서울대병원이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 중이다.ⓒ서울대병원
    BC(Before Covid19)와 AC(After Covid19)로 시대가 나눠질 것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그만큼 코로나19가 바꾼 시대상과 생활습관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뜻하는 AC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21대 총선 이후 다양한 변화가 예고됐지만, 견고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조직개편이 아닌 전반적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300석 중 단독으로 180석을 차지해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코로나19 관련 공약실현 가능성은 커졌다. 핵심은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의 조직개편이다.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켜 산하에 6개 지역본부 및 5개 검역사무소를 추가 설치해 지자체와의 상시적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그랬듯이 청으로 승격되면 인사권, 예산권을 확보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기 때문에 그간 지적됐던 ‘실질적 컨트롤타워’의 역할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질본의 행정력은 수도권을 벗어나면 관리가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에 지역본부 설치 등으로 유기적 대응이 가능한 체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민주당의 공약은 대한감염내과학회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학회는 “질본이 방역대응의 실질적 최상위 부서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 신종 감염병 대응 주무부처인 질본의 방역 정책이 적시 적소에서 이루어지도록 확실하게 조율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한 바 있다. 

    아울러 질본의 승격과 함께 보건복지부 조직체계의 변화도 동시에 진행한다. 복수차관제를 도입하고 공중보건 위기 시 집중대응이 가능하도록 ‘건강정책실’과 ‘건강위해대응정책관’ 보직도 신설할 방침이다.

    이처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코로나19 공약의 핵심은 조직개편을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조직개편은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필수조건이지 온전한 대응책이 되기 어렵다는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메르스 이후 질본이 차관급으로 격상됐던 것처럼 코로나 이후에 단순히 한 단계 올라가는 수준에 머무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신종 감염병이 창궐했을 때, 지금처럼 질본 본부장이 대국민 소통에 집중하는 구조가 아니라 현장을 지휘하는 형태로 업무 형태의 변화가 이뤄져야 실질적인 조직개편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만 한다.

    ◆ 중앙감염병병원 설립, 이후 권역별 확대… 장기적 전달체계 개편도 

    조직개편과 함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실행 가능성을 높이면서 근간이 되는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을 먼저 성공시켜야 한다. 

    사실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앞서 해결해야 할 부분은 감염병 치료과정에서 중심축이 되는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이다. 애초에 국립중앙의료원은 중구 을지로에서 서초구 원지동으로 기관을 이전하면서 이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는데 표류 중이다. 

    중앙감염병병원이 만들어지고 권역별로 전문병원이 설치돼야만 원활한 작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 숙제를 해결하고 단계적인 확충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달 17일 국회를 통과한 11조7000억 원의 추경 예산에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 관련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에 관한 예산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져 경제, 사회적 격변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감염병병원 설치를 장기 과제로 미룰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구체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론 재정립 등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국 권역별 전문병원이라는 타이틀보다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궁극적으로 포스트 코로나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뤄진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산 시기의 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역별로 의료수준과 규모, 인력 등 전반적인 개편이 있어야만 신종 감염병 창궐 시 효율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고 논의되겠지만 표면적인 변화가 아닌 실행가능한 본질적인 의료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