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22일부터 새벽 배송 서비스 '현대식품관 투홈' 선봬프리미엄·큐레이션 상품 배송하는 '마켓컬리'와 유사새벽배송 시장 치열… 제3물류 초창기 혼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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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다.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의 새벽 배송 경쟁에 백화점 식품관도 가세한 것이다.현대백화점은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의 새벽 배송 전략은 ‘프리미엄’이다. ‘백화점 식품관을 통째로 집으로 배달한다’는 콘셉트를 앞세웠다. 이름 역시 ‘현대식품관 투홈(to Home)’이라 지었다. 가격 경쟁력보다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새벽 배송 판매 상품도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농·축·수산물 등 신선식품과 델리·베이커리·디저트 등 가공식품 중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상품 4000여 개로 엄선했다.
백화점 식품관의 강점인 프리미엄 신선식품과 외부 유명 브랜드 상품 소싱은 물론, 다른 온라인몰에선 찾아볼 수 없는 백화점 델리·베이커리 등 F&B와 백화점 전문 식당가에서 직접 조리한 식품을 배달해주는 시스템까지 장착해 차별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
유통업계는 현대백화점 새벽 배송이 마켓컬리와 가장 유사하다고 본다. 마켓컬리 역시 프리미엄 상품과 산지 직송 상품 등을 테마에 맞게 선별해 소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마켓컬리가 취급하는 제품 중 다수도 SSG닷컴이나 쿠팡이 다루는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다. 대신 마켓컬리는 출시 초기 ‘강남 엄마들의 필수앱’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단골 고객을 확보해 새벽 배송 강자로 자리 잡았다.유명 맛집과 가정간편식(HMR) 독점 판매도 마켓컬리가 선점한 시장이다. 마켓컬리는 컬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군인 '컬리 온리(Kurly Only)'를 판매 중이다. 집밥으로 유명한 '일호식'의 양념 닭갈비와 정통 태국식 면요리로 줄 서서 기다려 먹는 '소이연남'의 태국 소고기 쌀국수 등은 2020년 들어 각각 1만개, 6000개 가 넘게 팔렸다.현대백화점도 '온니 H(Only H)'를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53개 외부 유명 맛집의 1000여 개 가공식품도 단독으로 선보인다.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로 일반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백화점 전문 식당가의 조리식품까지 배달 대상에 포함시켰다. 백화점 내의 델리와 베이커리 등 식음료와 전문식당가의 조리식품을 가정으로 배달해 기존 새벽배송 서비스 대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손성현 현대백화점 온라인식품담당(상무)은 “백화점 기반의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기존 새벽 배송 서비스와 비교하면 현대백화점의 약점도 분명하다. 쿠팡·마켓컬리·SSG닷컴은 포장부터 배송까지를 자체 시스템으로 확고하게 구축했다. 경쟁사인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은 하루 평균 3만~4만건, 쿠팡의 로켓프레시는 하루 7만건 가량을 배송한다. 지난해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한 SSG닷컴은 1년 만에 처리물량을 7배(3000건→2만건) 가량 늘리며 선두주자들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이 부분을 현대자동차그룹 물류 회사인 현대글로비스에 위탁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상품 입고부터 재고 관리, 출고와 배송까지 책임진다. 새벽 배송 전 과정을 현대백화점이 직접 관리하지는 않기 때문에 초기엔 서비스가 다소 불안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서비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배송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업계는 새벽 배송 시장의 승패는 배송을 얼마나 원활하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쿠팡과 SSG닷컴, 마켓컬리 모두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갖추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매일 상당한 운영비용을 썼기에 이 시장에서 현재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에서다.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에 납품하는 상품은 고퀄리티 제품이기 때문에 상품 소싱 능력 자체는 다른 새벽배송 상품에 비해 독보적일 수 있다. 하지만 새벽배송시장이 춘추전국시대가 된 만큼 대체재가 넘쳐나는 것 역시 배송 시장이다. 경쟁사들이 물류에 힘을 쏟는 것도 그 이유다. 별도의 상품만으로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살아 남는 것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