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게임업계 포괄임금제 폐지 사례 '0건'노동자 권리 보장 촉구… 업계 "업종 특성 고려해야"
  • 지난해 넥슨을 기점으로 시작된 게임업계 노동조합(이하 노조) 설립 바람이 다시금 일고 있다. 

    그간 게임업계 고질적 문제로 제기돼 온 근무환경 개선이 골자로, 포괄임금제 폐지 필요성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엑스엘게임즈 임직원들은 최근 노조 '엑스엘 리부트'를 출범, 사측을 상대로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엑스엘 리부트는 설립 선언문을 통해 "엑스엘게임즈는 변화하고 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나쁜 관행은 유지됐고 노사의 신뢰는 깨져 있다"며 "사실상 포괄임금제로 근태 시스템 없는 재량근무제는 52시간 초과근무의 원인이 됐으며, 지속적인 야근 끝에 제대로 된 휴식과 수당을 지급 받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돼 경영진들에게는 수많은 금전적 이득이 발생했지만, 중소기업 자격 상실로 소득세 감면 혜택이 없어지고 프로젝트의 폐지로 인한 고용불안과 불신만 남았다"고 피력했다.

    엑스엘 리부트는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소속으로, 게임업계에선 지난 2018년 9월 각각 노조를 출범한 넥슨(스타팅포인트)과 스마일게이트(SG길드)에 이어 세 번째다. 노조에는 임직원의 약 10%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실제 근무시간과 달리 사측으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동자 권리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조 역시 포괄임금제 등에 따른 과도한 업무환경을 지적하며 사측에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연장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거나 정액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 2017년 펄어비스가 국내 게임사 최초로 포괄임금제 폐지에 나선 이후 웹젠, 위메이드 등도 선제적으로 동참을 알렸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노조 출범 이후 지속적인 협상 과정을 통해 양사 모두 포괄임금제 폐지를 결정한 상태다. 이후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도 같은 행보에 나서며 업계에선 포괄임금제 폐지 확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다만 지난해 이후 게임업계 내 포괄임금제 폐지 사례는 '0건'으로, 다수의 중견·중소 게임사들은 여전히 근로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이들 게임사는 포괄임금제 폐지와 관련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거나,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하며 별도의 근로개선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신작 개발 및 출시 일정에 변동이 있는 만큼 근무시간 산정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중소 게임사의 경우 재무적 부담까지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포괄임금제 폐지가 시행돼야 한다는 점은 다수의 기업이 공감하고 있지만, 업종 특성상 단순히 긍정적 결과만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쉽게 결정할 수는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