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총회 위원 선출되며 스포츠 외교 전면 나서'2018 평창올림픽' 유치 위해 지구 5바퀴 돌아
  • ▲ 지난 2011년 평창올림픽 유치 발표를 듣고 있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삼성전자
    ▲ 지난 2011년 평창올림픽 유치 발표를 듣고 있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삼성전자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이 경제 뿐만 아니라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 회장은 스포츠를 국제교류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인식하고 삼성이 진출하는 국가마다 현지의 스포츠 활동 후원을 적극 독려해 왔다.

    이 회장은 서울사대부고 재학 시절 레슬링부에 들어가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와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이 인연을 계기로 이 회장은 1982∼1997년 대한레슬링협회 21∼24대 회장을 역임했다. 이 기간 한국 레슬링은 올림픽 7개, 아시안게임 29개, 세계선수권 4개 등 모두 40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황금기를 보냈다.

    이 회장은 이밖에도 인기 종목은 물론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한국 체육발전의 기초를 닦았다. 실제 삼성은 이 회장의 주도아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남녀 프로농구, 남자 프로배구와 탁구, 레슬링, 배드민턴, 육상, 태권도팀을 운영했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상임위원을 역임한 이 회장은 1993년부터 3년간 KOC 부위원장을 거쳐 1996년 IOC 총회에서 위원으로 선출돼 스포츠 외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회장은 IOC 위원으로서 스포츠를 국제교류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인식하고, 1997년부터 올림픽 톱 스폰서로 활동하는 등 세계의 스포츠 발전에 힘을 보탰다.

    고(故) 김운용 위원, 이 회장에 이어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자격으로 2002년 IOC 위원으로 선출되면서 한국은 2000년대 초반 IOC 위원 3명을 보유해 스포츠 외교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히, 이 회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꾸준히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쳐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아시아 최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2009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적극 나선 이 회장은 1년 반 동안 170일간 해외 출장을 다니며 IOC 위원들을 만났다. 이 기간 이 회장이 평창 유치를 위해 전세계를 누빈 거리는 지구를 5바퀴 돌고도 남았을 정도다.

    저녁 약속을 했던 IOC 위원이 다른 일정이 늦어져 약속을 취소하겠다 했지만, 1시간 30분을 기다려 만나기도 했다. 또 IOC 위원과의 식사자리에는 항상 당사자의 이름이 새겨진 냅킨을 테이블에 비치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2011년 7월,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발표 당시 자크 로케 IOC 위원장이 하얀 봉투 속 카드를 열며 "평창"을 외치자 이 회장은 눈시울이 젖은 채 묵묵히 서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