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와 연루된 은행·증권사 제외하고 두 곳만 '미흡' 삼성생명, 암 보험금 미지급 관련 금감원의 연속 공격에 '휘청'KDB생명, 매각에 집중한 나머지 비계량평가서 대부분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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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생명

    금감원으로부터 소비자보호가 부진하다고 평가된 삼성생명과 KDB생명이 어떤 개선계획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71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실태를 조사한 결과 11곳이 종합등급 '미흡'으로 평가됐으며, 이들은 통보 이후 2개월 이내에 개선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11곳 가운데 9곳은 사모펀드 사태를 초래한 은행과 증권사이며, 그 이외는 삼성생명과 KDB생명이 해당됐다.

    금감원은 윤석헌 원장 취임 이후 소비자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업계 1위 삼성생명과 새주인을 찾은 KDB생명이 관련 조사에서 불명예를 안은 것.  

    종합등급은 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으로 평가된다.

    삼성생명은 5개 계량평가와 5개 비계량평가 등 총 10개 부문에서 우수 2개, 양호 3개, 보통 4개, 미흡 1개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하지만 요양병원 암보험금 미지급 관련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평가돼 종합등급이 1등급 하향되면서 '미흡'으로 평가됐다.

    앞서 금감원이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해 500여건의 암 입원보험금 청구가 부당하게 거절된 사실을 적발하고, 최근 제재심의원회를 열어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과 일맥상통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등급 '미흡' 평가는 중징계를 내렸던 제재의 연장선 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할 것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고, 임직원에 대해 3개월 감봉·견책 등을 조치했다. 

    기관경고 제재가 금융위의 의결을 통해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삼성생명을 대주주로 둔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진출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결국 최종 결정은 금융위에서 판가름 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결해야 할 안건이 많아서 아직 삼성생명 관련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금감원에서 제출한 자료를 사전에 검토를 하고, 필요할 경우 삼성생명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받거나 직접 소명을 듣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관경고'에 이어 소비자보호 '미흡' 평가는 수긍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정책평가가 주관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른바 '찍혔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삼성생명은 업계 1위로, 상대적으로 민원발생건수가 많을 수 밖에 없어서 유독 가혹한 잣대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항변도 나온다.

    최근 대법원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의 공동대표 A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 보험금 청구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고,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명확하지 않은 기준과 잣대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암 치료 과정에서 요양병원에 입원했을 때 약관상 입원보험금 지급 사유인 ‘직접적인 암 치료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논란의 중심이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소비자보호 평가 관련 개선계획을 금감원에 어떤 내용으로 제출할지 미지수다. 기관경고에 대한 금융위 최종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측은 아직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생명과 함께 불명예를 안은 KDB생명은 계량평가에서 민원발생건수 '미흡'을 비롯해 비계량평가 중 4개 부문에서 '미흡'을 받는 등 저조한 평가로 종합등급 '미흡'이 됐다. 

    구체적으로 상품개발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및 운용, 상품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및 운용, 소비자보호 정책 참여 및 민원시스템 운영, 소비자정보 공시 부문에서 '미흡' 평가를 받았다.

    KDB생명 관계자는 “이사회 보고 및 승인을 거쳐 2월쯤 개선계획안을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은 지난달 31일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를 새주인으로 맞게 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 금호생명을 인수해 KDB생명으로 간판을 바꾸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했다. 2018년부터 자본확충과 경영개선 노력 등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드디어 매각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소비자보호 측면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가 향후 소비자보호 부분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고 개선에 힘을 집중할지도 관건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암 보험금 지급 권고를 받은 생명보험사 11곳 중 10곳(한화, 교보, 흥국,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 AIA, 미래에셋, 농협, 푸본현대, 메트라이프)은 100% 전부수용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2018년 27.2%에서 2019년 62.8%, 2020년 70.4%로 전부수용률이 상향됐지만, 아직 100%에 이르지 못했다. 일부수용률은 29.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