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작은 시장 놓고 싸우지 말아야" 지적2월 10일 ITC 판결 앞두고, 양사 결단 촉각천문학적 합의금 좁힐지 관건… "지속적 대화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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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국무총리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을 강하게 질책하면서 양사가 내릴 결단에 촉각이 모아진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총리는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LG와 SK간 소송전을 언급하며 "양사가 작은 시장을 놓고 싸우지 말고,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남 좋은 일', '낯 부끄럽지 않나' 등의 표현을 써가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LG와 SK 입장에서는 소송 결과 발표를 보름여 앞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소송전은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의 배터리분야 경력직원 100여명을 채용하면서 영업비밀까지 탈취해갔다며 SK이노베이션을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하면서 본격화됐다. SK이노베이션은 채용 절차는 적법했고 탈취당한 영업비밀을 명확히 하라고 반박에 나서며 소송전도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ITC의 최종판결은 오는 2월 10일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소송전은 미국 내부에서도 쉽게 판가름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데 대한 의견도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분쟁 초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민간기업간 지식재산권 침해 소지 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식적인 언급은 피해왔다. 이에 양사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며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정세균 총리가 이례적으로 공개된 자리에서 강경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소송에 따른 기업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의 필수적인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저하 우려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우선 이번 소송전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내 대형 로펌들만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양사가 쓴 소송비용만 4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ITC의 최종판결 연기 및 추가 비용까지 감안하면 소송 비용은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양사가 소송전에 소요된 시간과 인력 등을 감안하면 부담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시대 전환이 가속화 되는 시점에서 양사의 소모적인 싸움은 중국, 일본 등 경쟁업체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는 2019년 16%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34%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며 'K-배터리' 위상을 공고히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31.1%로 2위를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이 급성장하며 5위에 랭크됐다. 국가별 순위는 중국,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1위를 나타냈다. 

    겉으로만 놓고 보면 한국 업체들이 선전이 이어지는 모습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연간 누적 배터리 사용량 1위를 달성한 이후 8월까지 정상 자리를 지켜왔지만 9월 이후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에 자리를 내줬다.

    CATL의 상승세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특히 신종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이 위축됐음에도 이 같은 성적은 국내 기업들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CATL의 경우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무려 3700%의 성장률을 보이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중국 전기차 시장이 회복될 경우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10위권 내 업체들의 경우 1~3위를 제외하고 점유율 격차는 1~2%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언제든 순위는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일본과 중국 업체들도 새로운 생산 기지 설립을 위해 해외로 눈을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CATL은 올해 독일 에르푸르트 외곽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CATL의 첫 해외 공장이다. 일본 파나소닉은 노르웨이에서 새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검토 중으로 현지 전기차 자동차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 총리 발언을 계기로 양사가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양사가 내건 합의 조건이 상이한 만큼 이를 얼마나 좁힐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미 양사는 몇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합의금에 대한 이견차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조원대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수백억원 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속적인 대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소송 관련해 당사는 현재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원만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다만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제안이 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인데 논의할만한 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민적인 우려와 바람을 잘 인식해 분쟁 상대방과의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기대하시는대로 K배터리가 국가 경제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