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선별지급 병행 두고 민주당-홍남기 부총리 갈등 증폭"능력 없으면 관둬라" 비난에 의미심장한 '知止止止' 표현김상조 정책실장은 '재정건전성' 우려… 野 "한가한 집안싸움"
  •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간 파열음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급기야 여권 일각에선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퍼주기 정책에 제동을 거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문제는 교통정리에 나서야 할 청와대조차 이견조율이 안된 모습을 연출하며 혼란을 부추긴다는 데 있다.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제컨트롤타워인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가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는 정부안이 표를 의식을 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무산되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그동안 민주당과 홍 부총리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재정건전성 사이에서 티격태격해왔다. 당정 간 갈등이 험악해진 것은 지난 2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4차 지원금과 관련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서 맞춤형 (선별)지원과 전 국민 (보편)지급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여당 내에선 4차 지원금을 위해 20조∼30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 연설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사실상 반대 뜻을 비쳤다. 홍 부총리는 지급 시기를 놓고도 민주당과 엇박자를 냈다. 민주당은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추경 편성을 논의한다는 기류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3월은 돼야 가능하다고 이견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전날 열린 당정 협의에서도 보편·선별 동시 지원 방침에 반대 뜻을 굽히지 않아 김태년 원내대표와 갈등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여당 내에선 홍 부총리의 거취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민주당 일각에선 "곳간지기가 능력이 없으면 그만둬야지" "감당할 수 없으면 결단해야 한다" "SNS에 그따위로 글을 올리냐. 예의가 아니다" "그만두고 선거 준비하려는 것 아니냐" 등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 잠시 눈을 감고 있다.ⓒ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 잠시 눈을 감고 있다.ⓒ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홍 부총리는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혹시 정부와 의견이 조금 다른 사안에 대해 국민께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 (걱정한 것)"이라며 "SNS에서 드린 말씀은 많이 숙고하고 재정당국의 입장을 굉장히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말미에 "최선을 다한 사람은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담백하게 나아간다는 말이 있다.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 써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이다. 그동안 홍 부총리는 당정 간 마찰음이 날 때마다 소신을 꺾어 '홍백기' '홍두사미'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일각에선 홍 부총리가 이번에는 직을 걸고 '곳간지기'로서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 ▲ 발언하는 문 대통령.ⓒ연합뉴스
    ▲ 발언하는 문 대통령.ⓒ연합뉴스
    문제는 교통정리에 나서야 할 청와대가 혼란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논란에 본격적인 물꼬를 튼 사람은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난지원금 관련 질문을 받고 "이제 막 3차 지급에 나서는 상황에서 4차를 지급하려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며 "본예산도 이제 막 집행을 시작한 단계에서 추경으로 하는 4차 지원금 논의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지급방식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방역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는 선별방식이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 대표의 국회 연설 하루 전날인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이 부족하다며 "정부의 방역 조치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할 제도적 방안 마련과 함께 그때까지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지원대책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주 만에 4차 지원금 지급에 대해 태도를 바꾼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서 경제 현안을 조율해야 할 김상조 정책실장은 홍 부총리 견해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책실장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민주당의 선별·보편지급 병행에 부정적인 견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청 모두 이견조율에 실패한 채 국민 혼란만 부추기는 셈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정부여당 내 엇박자, 벌써 10번째"라며 "조율 안 된 국정 최고 의사결정권자들 간의 그릇 깨는 소리는 한가할 뿐 아니라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집안싸움을 멈추고 힘들고 지친 국민에게 시선을 줘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