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부동의 1위'…하나카드 순익 174% 급증비용 효율화에 신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영향중소형사 경쟁 구도 치열…비씨카드만 순익 39%↓고정 지출 줄인 이익 실현으로 '불황형 흑자' 호소
  • 카드사들이 지난해 국내 경제를 강타한 코로나19 불황에도 불구하고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에 더해 전통적 사업모델에서 벗어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성장세를 이끌었다. 재난지원금 지급과 비대면 소비 확산도 한 몫 했다.

    ◆1위 신한·2위 삼성…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도 선방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삼성, 국민, 현대, 하나, 롯데, 우리, 비씨 등 8개 카드사 중 비씨카드만 제외하고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일제히 개선됐다.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순이익을 낸 곳은 신한카드로 전년 대비 19.2% 증가한 6065억원을 시현했다. 지난 한 해 1084억원의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 및 리스금융, 장기렌탈 등 중개수수료, 신금융상품 확대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재난지원금 등 유동성 공급에 따른 건전성 개선으로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업수익을 보면 신용카드는 전년 대비 2.9% 증가에 그친 반면 할부금융은 9.4%, 리스는 44.5% 급증했다. 

    다만, 4분기 순이익만 보면 18.7% 감소했다. 건전성 악화에 대비한 미래 경기전망을 보수적으로 반영해 4분기에만 739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탓이다. 

    충당금 적립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와 더불어 신규 우대가맹점 수수료 환급 등 규제 영향에 따른 수익 감소, 자산 성장에 따른 지급이자 증가가 순이익 증가세를 다소 억제했다. 

    2위인 삼성카드는 전년 대비 15.9% 증가한 398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경기전망에 대한 보수적 가정 및 모형 변경으로 1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으나 순이익은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조달 비용률 하락세가 지속된데다 판관비가 줄어든 게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판관비는 여행·레저 부가서비스와 국제수수료 등 카드서비스 비용 감소와 더불어 모집인수수료 감소 및 차세대시스템 감가상각비 축소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현대카드의 성장세도 주목할만하다. 연간 순이익은 2563억원으로 전년 대비 56.2% 증가했다. 대면 마케팅이 제한되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컸고, PLCC(상업자 표시 전용카드) 전략을 통한 신규 회원 확대, 신용판매(일시불·할부) 및 카드대출 취급액 증가 등 매출 증대로 순이익이 개선됐다. 

    ◆중소형사 엎치락뒤치락…하나카드 약진 두드러져

    중소형 카드사의 경우 대형사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연간 순이익으로 하나카드가 우위를 선점했고, 우리카드가 뒤로 밀려났다. 

    하나카드는 전년 대비 174.4% 급증한 154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결제성 수수료 증대와 디지털 혁신에 따른 비용 효율화 등의 영향이 컸다. 

    특히 전반적인 신용카드 유치 및 발급,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 VAN수수료 절감 등 디지털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업무 비용이 크게 줄었고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 역시 컸다. 

    반면 코로나19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로 온라인 업종 취급액은 전년 대비 33.7% 증가했고, 회원 기반의 수익성 다양화와 금융 수익도 일부 늘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코로나19 로 해외매출 등의 큰 감소가 있었으나 수수료 비용 및 판관비 절감과 자산건전성 확장 및 리스크 관리 강화 정책을 통해 높은 실적을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 역시 전년 대비 129% 급증한 130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인수합병(M&A) 이후 빠르게 정상화를 이뤄냈고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MBK 파트너스의 인수 이후 빠른 정상화와 수익성 확대, 마케팅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순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중 유일하게 성장이 정체된 곳은 비씨카드다. 연간 순이익은 697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 급감했다. 대금 결제업무를 수행하는 매입업무수익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카드사들은 고정 지출을 줄인 비용 효율화로 순이익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라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불황형 흑자는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보다 더 큰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괄목할만한 실적을 이룬 것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이익 실현도 있었지만, 비용 절감 효과는 카드수수료를 낮출 여력이 있다고 해석될 우려가 높아서다. 가맹점 카드수수료 재산정은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비용인 적격비용을 토대로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