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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지난해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에 호실적을 거뒀지만, 오히려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3월말, 늦어도 4월쯤 시작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논의가 벌써부터 카드사들이 불리한 출발선상에서 시작되는 분위기다.
3년마다 진행되는 이번 재산정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 최대 변수가 됐다. 따라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이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낮출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 명분을 더 만들어줬다는 지적이다. 실적도 좋은데 자영업자들을 위해 카드사들이 고통분담을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8개 전업카드사들의 실적은 비씨카드를 제외하고 대부분 전년 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는 전년 대비 19.2% 증가한 60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국민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2.6%, 15.9%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우리카드와 현대카드도 각각 5.3%, 56.2% 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전년대비 무려 174.4% 가량 급증했다. 롯데카드도 129% 급증한 130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비씨카드는 전년보다 39.6% 감소한 69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 책임을 지고 이동면 대표가 사임하고 최원석 FN자산운용 대표가 신임 수장으로 낙점됐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실적 개선 관련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수익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50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비용절감, 마케팅 축소, 재난지원금 지급, 할부금융과 리스사업 등 신사업 호조의 영향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개선을 위해 뼈를 깎는 다양한 노력을 했다”며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로 큰 이익을 낸 것처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번에 걸쳐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 원가 이하로 수익구조가 악화된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수수료를 더 낮추라고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답답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적까지 좋게 나오면서 수수료 인하 명분이 더 커진 것 같아 부담스럽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용카드 가맹점은 약 280만개에 이른다.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30억원 이하는 우대가맹점으로, 원가 이하로 수수료가 낮아진 상태다. 전체 가맹점 수의 96%를 차지한다. 30억원 이상은 일반가맹점으로 분류되며 전체 가맹점 수의 4%에 불과하다.
우대가맹점 수수료는 신용카드의 경우 연간매출액 ▲3억원 이하 0.8% ▲3억~5억원 1.3% ▲5억~10억원 1.4% ▲10억~30억원 1.6%이다. 체크가드는 매 구간마다 신용카드보다 0.3%p 낮다. 연간매출액 30억원 이상 일반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2.08%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