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SK 일부 배터리 품목 수입 10년간 금지 판결美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및 합의 여부 관심 SK, 美 공장 가동 및 공급 차질 최소화 노력
  •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3년에 걸친 배터리 분쟁에서 승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부 품목에 대해 미국내 배터리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판결을 받으며 현지 시장 공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및 양사간 합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이번 분쟁에 막판 변수로 작용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ITC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미국내 배터리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했다.

    이미 수입된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을 내렸다. 

    다만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2년간,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을 허용했다. 

    ITC는 이 같은 결과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 무역대표부(USTR)에 통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ITC 결정을 수용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의 제조·판매, 그리고 수입 등이 금지된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은 지식재산권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행위가 명백히 입증된 결과"라며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소송이 사업 및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법적 조치로써 30여 년 간 수십 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향후 글로벌 경쟁사들로부터 있을 수 있는 인력 및 기술 탈취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의 기술력이 보호받고 대한민국 전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ITC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며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소송전은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의 배터리분야 경력직원 100여명을 채용하면서 영업비밀까지 탈취해갔다며 SK이노베이션을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하면서 본격화됐다. 

    SK이노베이션은 채용 절차는 적법했고 탈취당한 영업비밀을 명확히 하라고 반박에 나서며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ITC는 예비 심결에서 SK 측에 대해 LG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이번 최종 결정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판결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정보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조직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이뤄졌고 법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또 몇 가지 예시만 봐도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사용했을 연관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배터리 BOM(Bill of Materials, 원자재 부품명세서) 및 기타 영업비밀을 탈취해 LG화학의 원가구조를 파악하고, 수주에서 낮은 가격에 입찰하는 데 활용했다는 주장 ▲무려 57개에 달하는 LG화학의 양극 및 음극 믹싱, 코팅, 롤링 및 절단 관련 배합과 사양을 포함한 배터리 제조 핵심 비결(레시피)이 담긴 SK이노베이션의 사내 이메일 등을 증거로 인정했다. 

    조기패소 판결 이후 ITC는 ‘전면 재검토(Review in its entirety)’까지 했지만 조기패소 판결이 그대로 이어져 LG에너지솔루션 승소로 최종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침해 품목에 대한 수입 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이 발효된다. 

    ITC의 최종 판결로 3년여간 이어진 배터리 분쟁도 일단락 된 상황이지만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변수도 남아있다. 

    ITC 절차는 한국의 행정심판과 유사하며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생산 차질을 우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바이든은 후보시절 공약으로 친환경 인프라에 대대적 투자 및 청정에너지 대응 인프라에 향후 4년간 2조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와 함께 저탄소 인프라 건설과 전기차 생산 촉진 등을 통해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부 조달을 위해 미국산 저공해 차량 300만대 이상을 구매 유도하고 전기차 공공충전소 50만개를 구축하는 한편 친환경차 보조금과 저공해차 생산 인센트브도 부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현지 언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ITC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판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ITC의 결정을 검토하고 판결을 무효화 할 수 있다. 지금까지 ITC의 최종판결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사례는 총 다섯번이다. 대표적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삼성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한 ITC의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양사간 합의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60일간의 심의 기간 동안 피고가 공탁금(Bond)을 내면 영업비밀 침해 및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의 효력이 일시 중단되고, 이 기간 중에 합의가 이뤄지면 공장 가동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심의 기간이 지나면 소송은 최종 확정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및 양사간의 합의가 없으면 그 즉시 침해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가 이뤄지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심의 기간 종료 후 60일 이내에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항소 기간에 수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효력은 지속된다. 

    2010년 이후 ITC 최종 결정에서 수입금지 명령이 나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총 6건이며, 이 중 5건이 항소를 진행했으나 결과가 바뀐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SK이노베이션은 고객사에 대한 유예기간이 주어진 만큼 단기적으로 미국 공장 가동 및 공급 차질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말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 연간 9.6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지난 2019년 기공식 이후 커머스시 일대 약 34만평 부지에 건설 중인 이 공장은 올해 하반기 기계적 완공을 마치고 2022년 초 양산 공급에 들어갈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하여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주어진 유예기간 중에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