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선별지급 더 두텁게"… 지급대상 확대·지급액 상향 검토뒤로 미룬 전국민 지급 포함하면 추경규모 25조~35조로 더 늘어재원조달 숙제… 국채 발행시 국가채무비율 1.4~2.0%P 추가 상승신용평가사 피치 "2023년 46%면 등급 하락" 경고… 올해 웃돌 듯
  • ▲ 재난지원금 규모.ⓒ연합뉴스
    ▲ 재난지원금 규모.ⓒ연합뉴스
    여당이 4차 재난지원금을 선별·보편 지급 병행 방침에서 우선 선별 지급한뒤 코로나19(우한 폐렴)가 진정되면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는 것으로 선회한 가운데 결과적으로 나랏빚 부담만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재원 대부분을 적자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차 재난지원금 편성을 정부와 본격 추진하겠다"며 "코로나19 3차 대유행 피해 복구를 신속히 지원하고자 맞춤형 피해 지원부터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 진작을 위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재정 당국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선별·보편 지급 병행을 주장했던 것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셈이다.

    민주당의 태세 전환은 코로나19 3차 유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칫 전 국민 지급이 방역상황을 도외시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야당의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행시기를 못 박기 어려운 상황에서 긴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편성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보편 지급 재원을 반영하는 게 국가재정법상 맞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보면 그동안 선별·보편 지급에 반대해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논쟁에서 이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뒤로 미뤘을 뿐 딱히 손해 볼 게 없는 상황이다. 김 원내대표는 보편 지급에 대해 "(소비진작용 재난지원금 지급을)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되레 민주당은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추경 편성 논의 시점을 앞당기면서 지원 규모를 늘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김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달 중 추경안을 편성하고 다음 달 중 국회 처리를 통해 3월 후반부터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재정당국은 3차 지원금 지급을 이유로 4차 지원금 문제는 3월 이후에야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였다. 민주당으로선 보편 지급을 뒤로 미룬 대신 논의시점을 앞당기자고 재정당국을 유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 ▲ 민주당 최고위 회의.ⓒ연합뉴스
    ▲ 민주당 최고위 회의.ⓒ연합뉴스
    여당이 일단 선별지원에 나서기로 하면서 4차 지원금 지급 규모는 더 확대될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알려진 바로는 당정은 지급 기준을 3차 지원금 때보다 완화해 더 촘촘하고 두텁게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차 지원금은 집합금지 업종 소상공인 24만명에 300만원, 영업제한 업종 81만명에 200만원, 그 외 매출이 줄어든 일반업종 175만명에 100만원을 각각 줬다. 당정은 지원대상을 늘리고 상한액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4억원 이하인 일반업종 연매출 기준을 더 높게 잡고, 지원금 한도도 300만원보다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당정은 서비스업의 경우 소상공인 지급 기준인 종사자 5인 미만 조건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9조3000억원의 3차 지원금 중 소상공인 지원금 규모는 5조원쯤이었다. 일각에선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확대하면 지원금 규모가 10조원쯤으로 불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일단 3차 지원금 수준의 추경 편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선 투입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지원 규모가 2, 3차 때처럼 위로금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피해 보상에 준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3차 지원금의 3배가 넘는 30조원까지도 거론되는 실정이다.
  • ▲ 5만원권.ⓒ연합뉴스
    ▲ 5만원권.ⓒ연합뉴스
    문제는 재원 조달이다. 정부의 본예산 지출조정에는 한계가 있어 재원 대부분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수밖에 없다. 재정 당국이 전망한 지난해 나랏빚은 846조9000억원이다.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3.9% 수준이다. 기재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나랏빚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내년에 1070조3000억원까지 불어난다.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6.7%, 내년 50.9%, 2023년 54.6%, 2024년 58.3%까지 올라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한국의 나랏빚 증가속도는 더 빠르다. IMF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2015년 40.78%였던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52.24%, 내년 55.80%, 2023년 59.25%, 2024년 62.27%, 2025년 64.96%까지 상승할 거로 예상됐다. 이는 정부·지방자치단체 부채(D1)에 비영리 공공기관을 추가한 일반정부 부채(D2)를 기준으로 한 전망치다. '숨은 빚'으로 해석되는 공기업 포함 공공부문 부채(D3)를 기준으로 하면 증가속도는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여당이 나중에 전 국민 보편지급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추경 편성 규모는 애초 예상보다 늘어난 25조~35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를 적자국채로 발행하면 그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GDP의 1.4~2.0%에 해당한다.

    지난해 2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오르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재정당국의 전망대로면 추경을 제외하고도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46%를 넘을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2일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내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한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며 "국가채무 규모보다 증가 속도를 경계해야 한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지켜보는 외국인 투자자, 국가신용등급 평가기관들의 시각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