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등 690만명에 최대 500만원… 특고 100만원역대 3번째 슈퍼 추경 편성… 15조中 10조 빚내서 마련나랏빚 966조로… 전국민 지원금 땐 1000조 넘을 수도
-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방역으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두껍게 지원하기 위해 19조5000억원 규모의 맞춤형 대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역대 3번째로 많은 15조원의 슈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짜기로 했다. 추경 편성으로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연내 1000조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정부는 추경으로 실탄을 확보한 뒤 소상공인 690만명에게 최대 5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뿌리기로 했다. 일각에선 출범 직후부터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소상공인의 눈물을 뺐던 문재인 정부가 선거철을 앞두고 또다시 700만 소상공인을 상대로 '선심성 매표행위'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15조 슈퍼 추경 편성… 적자국채 9.9조 발행정부는 2일 국무회의를 열고 15조원 상당의 추경을 편성하고 제4차 재난지원금 등 총 19조5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맞춤형 피해 지원에 나서기로 의결했다.15조원 추경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경(23조7000억원),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추경(17조2000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9조9000억원의 재원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나머지 5조1000억원은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농특)·환경개선특별회계(환특)·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에특) 세계 잉여금 2조6000억원과 한국은행 잉여금 8000억원, 기금 재원 1조7000억원으로 충당한다. 정부는 이번 벚꽃 추경 편성을 위해 따로 본예산 지출 항목을 깎아내진 않았다. 농특회계의 경우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 덕분에 증권 거래 때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가 많이 걷혀 여유 재원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대신 적자국채 발행으로 나랏빚은 965조9000억원까지 늘게 됐다. 나랏빚 1000조원 돌파까지 34조원 남짓 남은 상태다. 애초 기획재정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956조원으로 늘어난 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내년에 1070조3000억원(50.9%)으로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후 사기진작을 이유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식화한 상태여서 올해 안에 100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본예산 편성 때 47.3%에서 0.9%포인트(P) 늘어 48.2%로 상승한다. 지난해 2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오르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퍼주기·표(票)퓰리즘 논란 속에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이번 추경으로 올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89조6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 폭은 본예산보다 14조2000억원이 늘게 됐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4.5%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126조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6.3%까지 오른다. 조세전문가인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잇단 추경 편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과 관련해 "(다음 정권은) 손발이 묶여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더 위험한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정부는 오는 4일 추경안을 국회에 낼 예정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증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김해 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소상공인 온·오프라인 대담'에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불어나면 20조원이 넘을지 모르겠다. 추경으로서는 제일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추경안을 18일 통과시켜 이르면 오는 28일부터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도 이달 중 지급을 주문한 상태다.
-
◇소상공인 5개 등급 나눠 100만~500만원정부는 추경으로 확보한 실탄을 코로나19 방역으로 영업이 제한·금지돼 손실을 본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집중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버팀목자금 플러스' 프로그램에 6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번 맞춤형 지원사업 중 단일 사업으로 가장 많다.지원대상은 기존보다 105만명 늘려 385만명을 지원한다. 지급 상한액도 최대 500만원으로 기존 300만원보다 200만원 올렸다. △노래연습장 등 집합금지(연장) 업종 500만원 △집합금지(완화) 업종 400만원 △집합제한 업종 300만원 △일반(경영위기) 업종 200만원 △일반(단순감소) 업종 100만원 등이다. 서비스업의 경우 종전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인 '종사자 5인 미만' 조건을 없애고, 매출이 줄어든 일반업종의 지원조건도 연매출 4억원 이하에서 10억원으로 올렸다.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 등 고용취약계층 80만명에게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준다. 기존 지원자는 50만원, 신규는 100만원이다. 법인택시기사에게는 70만원, 돌봄서비스 종사자에게는 50만원을 각각 준다.한계근로빈곤층 80만 가구에는 한시적으로 생계지원금 50만원을 지급한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노점상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등록을 전제로 50만원을 준다. 학부모의 실직·폐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 1만명에게는 특별 근로장학금 250만원을 지원한다.문재인 대통령이 추가로 주문했던 고용안정 대책으로는 2조8000억원을 쓴다. 경영난에 빠진 사업주가 감원 대신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까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특례의 경우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 지원을 3개월 연장한다. 신규 선정된 경영위기 업종(10개)도 지원금 특례를 적용한다.정부는 청년·여성·중장년 등을 대상으로 총 27만5000개의 일자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공공근로 일자리를 줄이고 코로나19 상황에 특화된 직종을 발굴했다는 설명이지만, 주로 방역·안전, 그린·환경 분야 등에서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의 일자리가 공급될 전망이다.기정예산 4조5000억원으로는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 자금을 늘린다. 백신 구매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도 4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
◇이쯤되면 공식… 선거철 700만 소상공인 달래기야당은 이번 추경 편성·지급이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매표행위라고 규탄한다. 국민의힘 경제통인 윤희숙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국민에게 세금으로 걷은 돈을 전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뿌리겠다니. 이 정부는 국민에게 잠시 위임받은 권력을 완전 자신들의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해라면 대통령과 참모의 사재를 모아 위로금을 주시라"면서 "민주주의 틀을 가진 국가에서 국민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막대한 재원을 뿌리는 것을 도대체 포퓰리즘 말고 뭐라 하나. 매표 말고 다르게 부를 이름이 있나"라고 지적했다.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선거철에만 소상공인을 어르고 달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권 출범 초기 지금은 실패한 정책인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면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소상공인을 울렸던 모습과 대조적이라는 의견이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2017년 16.4%, 2018년 10.9%를 급격히 올렸다가 소상공인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2019년 2.9%로 인상 폭을 줄였다.당시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줄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정부를 성토했고 민주당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고 나서 눈총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