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CSR 전략 효과 제한적, 금융 역할 절실 ESG 가치 시장거래·성과연계 금융중개 활성화 필요이사회·CEO 경영철학 근본적 바뀌어야·기업공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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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촉진을 위해 금융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동시에 법과 제도 개선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ESG와 금융시장: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한 온라인 정책세미나에서 "기업의 ESG 경영 촉진을 위해 규제 강화, CSR 전략 등을 고려할 수 있으나 이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ESG 경영은 목적 설정, 전략 수립, 자원배분 실행, 평가 등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재무적 이익을 목적으로 재무적 자원 배분에 초점을 두는 경영 전략이었다. 반면 현재와 미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기업의 목적으로 두고 사회적 가치에 의미 있는 자원을 배분해 이해관계자의 효용 증가를 추구한다. 

    국내 기업의 경영 환경도 ESG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수립하고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사회와 CEO(최고경영자)에게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가 어렵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간 최적 자원배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비계량적 ESG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ESG 경영 촉진을 위한 금융의 역할로 ▲ESG 가치의 시장 거래 활성화 ▲ESG 성과연계 금융 중개 활성화 ▲ESG 측정 및 평가 인프라 제고 등을 제시했다.

    우선 ESG 가치의 시장거래를 활성화해 ESG 투자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상당수 기업들은 임계수준까지만 사회적 가치에 투자를 수행해 이상적 수준의 자원배분에 한계가 존재한다"며 "규제를 준수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이 어려워 규제 강화 시 공급망 비용 상승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규제 임계수준 이상으로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초과분만큼 재무적 이익을 제공하는 설계로 ESG 가치의 시장거래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 투자로 성과를 얻은 기업은 재무적 이익을 거둘 수 있어 유인을 갖고 ESG 경영을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SG 성과연계 금융중개를 활성화해 기업, 투자자, 정부의 효용 제고를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세제 혜택 제공과 규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ESG 성과연계 금융이 활성화되면 대부분 경제주체의 효용이 증가한다"며 "기업은 자본조달 비용이 감소, 투자자는 사회적 가치 투자에 대한 효용 증대, 정부는 외부효과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회사의 부담이 다소 증가할 수 있으며, 이때 ESG 성과연계 금융회사에게 보조금 지급 및 세제 혜택 제공, 건전성 규제 완화 등을 고려하는 유인부합적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SG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재무 공시 및 인증 체계 마련, 지수 개발, 리서치 및 투자 확대 등의 노력도 요구된다. 

    금융의 역할 뿐 아니라 법과 제도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기업이 단순하게 ESG 위원회와 ESG 전담부서를 두는 것만으로 ESG 경영을 추구한다고 볼 수 없으며, 이사회와 CEO의 경영철학이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해관계자 니즈를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하는 한편 장기투자 문화 유도를 위해 세제 개선, 수탁자 책임 강화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곽관훈 선문대학교 법·경찰학과 교수는 "법·제도 측면에서 책임과 평가 부문이 함께 ESG를 고려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한다"며 "기업 경영진의 책임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ESG에 목적을 둔다면 형식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기업 경영진은 법인, 주주이익에 침해되는 경우 법적 책임을 묻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사전 단계에서 CEO가 ESG를 추구했을 때 칭찬받고,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구조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곽 교수는 "사회적 가치추구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다. 현재는 ESG 경영을 열심히 하는 기업들의 수익이 높다는 점을 전제로 하지만, 일부 수익을 포기했을 때 경영자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문이다"며 "본격적으로 제도화되려면 수익을 많이 내고 경영진도 책임을 다했을 때 사회로부터 평가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경영 활성화 차원에서 정보 공시와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상장기업의 ESG 공시수준과 관련 "ESG 대응수준이 낮고 스스로 유발한 사회적 비용을 내부화할 역량이 부족한 환경한계기업일수록 ESG 공시수준이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업위험과 관련한 최소한의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만큼 ESG 대응수준이 낮은 기업에 대해서는 정보비대칭 상황의 적극적인 해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시 및 평가정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그는 "기존 ESG 관련 정보의 공시체계를 재정비해 공시채널을 일원화하고, 평가사의 규율체계를 마련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오는 2030년까지 정보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며, 현재 의무화 시기 적정 여부에 대한 논의가 나온다"며 "공시 의무화 시기보다 공시되는 데이터의 퀄리티를 얼마나 담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기대 수준에 못 미칠 경우 의무화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