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임금근로 일자리 50.3만개↑… 공공행정 24.5만개 늘며 '견인''괜찮은 일자리' 제조업 6.6만개↓… 기계장비 등 다섯분기째 감소韓경제 허리 30·40대 2.2만개↓… 60대 이상 39만개↑ '노인주도성장' 여전
  • ▲ 노인일자리사업.ⓒ연합뉴스
    ▲ 노인일자리사업.ⓒ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혈세를 들여 만든 '관제(官製) 일자리'가 역대급으로 증가한 탓이다. 30대 이하 청년층 일자리는 9만개 넘게 사라졌다. 50대 이상 노년층 일자리는 55만개쯤 늘었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여파로 제조업과 숙박·음식업에서 일자리 감소세는 계속됐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1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이하 일자리)는 1958만9000개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50만3000개(2.6%) 많았다.

    일자리 증가 폭은 2019년 3분기 63만5000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1분기(42만8000개)까지 내리막을 탔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재정일자리 사업으로 일자리를 늘려왔던 문재인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설상가상 지난해 2분기엔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직전분기 대비 반 토막 수준인 21만1000개에 그쳤다. 이후 정부가 고용유지사업 등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하면서 일자리는 세 분기 연속 증가하는 모습이다. 증가 폭도 3분기(36만9000개)보다 커졌다.

    1년 전과 근로자가 같은 '지속 일자리'는 1357만3000개(69.3%), 퇴·이직으로 근로자가 바뀐 일자리는 366만개(15.6%)였다. 기업체 생성이나 사업 확장에 따른 새 일자리는 295만7000개(15.1%), 기업체 소멸이나 사업 축소로 없어진 일자리는 245만4000개였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15만8000개)와 공공행정(24만5000개)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었다. 정부의 일자리 관련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공공행정 일자리는 201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6만6000개)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점업(-5만1000개) 등에선 감소했다. 전체 일자리 중 비중이 가장 큰 제조업은 화학제품(7000개) 등에서 증가했으나 기계장비(-9000개), 금속가공(-8000개), 조선업 포함 기타 운송장비(-8000개) 등에서 일자리가 줄었다. 생산 부진이 이어지며 2019년 4분기부터 감소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 ▲ 2020년 4분기 산업별 임금근로 일자리 증감 동향.ⓒ통계청
    ▲ 2020년 4분기 산업별 임금근로 일자리 증감 동향.ⓒ통계청
    성별로는 남자가 15만7000개, 여자가 34만6000개 각각 늘었다. 신규 채용 일자리 비중은 남자 54.9%, 여자 45.1%였다.

    나이별로 살펴보면 40대(4만6000개)와 50대(15만6000개), 60대 이상(39만2000개)에서 증가했다. 특히 60대 이상 일자리 증가 폭은 40·50대를 합한 것보다도 1.94배 많았다. 2018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다 기록을 한 분기 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직전 최다였던 지난해 3분기 60대 이상 일자리 증가 폭은 34만7000개였다.

    반면 청년일자리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30대는 6만8000개, 20대 이하에선 2만3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20대 이하 일자리는 지난해 1분기(-5만7000개)에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줄어든 후 네 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감소 폭은 3분기(-8만6000개)까지 계속 커지다 한풀 꺾이며 둔화했다. 30대 일자리는 2019년 4분기 이후로 다섯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우리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30·40대의 4분기 일자리는 마이너스(-) 2만2000개를 기록했다.

    나이별로 일자리 형태를 보면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의 지속 일자리 비중은 각각 12.2%와 13.4%인 데 비해 신규채용 일자리 비중은 26.3%와 17.8%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30·40대는 지속 일자리 비중은 24.1%와 26.7%, 신규채용 일자리는 17.8%와 18.6%로 조사됐다. 우리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30·40대는 새 일자리가 쪼그라든 반면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하는 단기 아르바이트성 공공일자리가 늘면서 20대 이하 젊은이와 60대 이상 노인이 집중적인 혜택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일자리의 내실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직 형태별로는 정부·비법인 단체에서 제공한 일자리가 30만2000개, 회사 이외의 법인에서 21만3000개, 회사법인에서 3만7000개 증가했다.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3%로 가장 큰 회사법인은 지난해 3분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일자리가 감소(-5만3000개)했다가 한 분기 만에 반등했다. 반면 일자리 비중이 두 번째(16.3%)로 높은 개인 기업체는 지난 4분기 일자리가 4만8000개 줄었다. 세 분기 연속 감소했다. 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 건설업을 중심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조사는 임금근로 일자리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비임금 근로자까지 포함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취업자 동향과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