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단위 '시급' 기준… 표결 없이 기존방식 유지차등적용 시각차… "지급능력 한계" vs "낙인효과 안돼"24일 최초요구안 제출… '1만원 이상' vs '최소 동결' 예상경영계 "인하 요구 안 할 수도"… 노동계 진정성에 달려
  • ▲ 최저임금 엇갈린 시선.ⓒ연합뉴스
    ▲ 최저임금 엇갈린 시선.ⓒ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도 기존대로 시간급을 기준으로 하되 월급 환산액을 병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장기화로 관심을 모은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최저임금위는 다음번 전원회의에 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를 이어갔다. 이날 노사는 지난번 회의에서 결론 내지 못한 최저임금 결정단위와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이 오는 29일까지이고, 노동계가 오는 24일 5차 전원회의에 앞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이날 최저임금 결정단위 등에 대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노사는 최저임금 결정단위에는 합의했다. 기존 방식대로 시급을 기준으로 하되 월 환산액을 병기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열린 3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 단위로 결정하고 시간급을 병기하자고 주장했다. 근로자 생활주기가 월 단위이고, 시급을 기준으로 하면 이 제도를 잘 모르는 노동자에게 고용주가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경영계는  시급으로만 하자고 맞섰다. 현재 월평균 근로시간은 209시간으로, 여기에는 주휴시간(유급휴일 시간) 8시간이 포함돼 계산된다. 경영계는 주휴시간을 빼야 한다는 견해다.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면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질 때 분자에 해당하는 '금액'보다 분모인 '근로시간'이 커져 사용자로선 불리해진다. 실제 일한 시간에 맞게 시급을 줬어도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을 어기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공방이 길어질 경우 공익위원 주도로 표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경우 기존대로 시급을 기준으로 월급 환산액을 병기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이날 회의에선 표 대결로 이어지진 않았다. 공익위원 주도로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 ▲ 최저임금 인상률 비교.ⓒ뉴시스
    ▲ 최저임금 인상률 비교.ⓒ뉴시스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사는 다음번 회의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여부도 해묵은 논쟁거리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어느 때보다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음식·숙박업과 영세기업 등의 최저임금 지급능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논리다. 국내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이 이뤄진 것은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이다. 당시는 업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했다. 노동계는 차등 적용이 이뤄지면 일부 취약업종에 저임금의 낙인을 찍을 수 있다며 반대한다. 이번에도 노사 간 견해차는 평행선을 달렸다. 한 최저임금 위원은 "경영계는 당장 내년에 적용하기 어렵다면 이번에 적용 가능한 업종 범위에 대해서만이라도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이날 박준식 위원장은 24일 열리는 5차 회의에서 노사 양측이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최저임금은 노사가 각각 요구안을 제시하면 이를 두고 논의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동계는 1만원 이상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할 공산이 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 "내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은 지난해 요구했던 금액보다 높게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선수를 쳤다. 지난해 민주노총은 내년도(올해) 노동자 가구의 실제 생계비가 225만7702원으로 추산된다며 2021년도 최저임금이 월 환산액으로 225만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시급으로는 1만770원에 해당한다. 다만 노동계는 지난해 최초요구안으로 16.4% 오른 1만원을 제시했다. 민주노총의 주장이 지급능력을 고려치 않은,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의 논의를 거쳐 절충안을 내놨다는 해석이 많았다. 지난달 민주노총이 밝힌 대로라면 오는 5차 회의에서 노동계가 제시할 금액은 최소 1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경영계는 최소 동결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계 관계자는 "노동계가 기자회견을 열어 최초 요구안을 발표하겠다는 것을 두고 (진정성보다는) 협상용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면서 "노동계가 턱없는 금액을 부른다면 (경영계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처럼 마이너스(-)안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노동계가 전향적인 자세로 나온다면 (지난해처럼) 인하안을 내놓는 것이 협상에 도움이 되겠냐는 의견이 (경영계) 일각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올해 최저임금위 심의과정이 지루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흐를지 여부는 24일 노동계가 내놓을 최초 요구안의 진정성에 달렸다는 얘기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