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 과정서 '장하성' 영향력 내세워 영업일부는 디폴트 이후에도 판매 지속…'불완전 판매' 정황판매사들, “장하성 언급한 적 없다” 부인
  • ▲ 여의도 소재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본사. ⓒ 뉴데일리
    ▲ 여의도 소재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본사. ⓒ 뉴데일리
    #1. 기업은행 VIP 고객인 사업가 A씨는 주거래 지점장과 사적인 만남을 가질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 어느 날 A씨는 해당 지점장으로부터 갑자기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디스커버리펀드’에 8억 원을 투자했다. 해당 지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이 운용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절대 망할 일이 없다고 안심 시켰지만 A씨는 투자금 대부분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2. B씨 가족은 서울 삼성동 하나은행 PB센터를 통해 '디스커버리펀드'에 5억 원을 투자했다. "6개월마다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이자가 안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은행 측의 말만 믿고 공직 생활을 하며 평생 예적금으로 모은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은행의 설명과는 달리 펀드는 '깡통 계좌'가 됐고 은행 측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있다.

    2천500억 원대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디스커버리펀드'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펀드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판매사들이 영업 과정에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62)의 친형으로 현 정부 핵심 실세인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67.현 주중대사)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안심 시킨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장 대사 관여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8일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에 따르면 해당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대부분이 장 전 실장의 현 정부 내 입지와 영향력을 강조하며 투자를 권유했다.

    피해자 C씨는 "평소 거래하던 기업은행 지점장이 국책 은행은 절대 부실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면서 장 전 실장 이야기를 강조했다"며 "투자 과정에서 위험성이나 구체적인 설명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는 펀드 판매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투자 당시 손실 위험에 대한 설명이나 고지를 전혀 듣지 못했다는 얘기다. 불완전 판매란 금융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적합하지 않은 투자자에게 고위험 상품 등을 무리하게 판매하는 행위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곳은 기업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 3곳과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 9곳으로 대부분 판매사들이 '깜깜이 판매'를 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신한은행을 통해 해당 펀드에 4억 원을 투자했다는 D씨는 "자주 방문하던 은행 직원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전한데다 1년 안에 투자금을 찾을 수 있다고 해 종잣돈을 넣었다"며 "신한은행은 다른 유사 부동산 펀드 상품 가입까지 권유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사들 "정상적인 판매…리스크 사전 심사 거쳤다"

    판매사들은 디스커버리펀드 사태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운용사 책임'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설령 '기망'이나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운용사 측에서 작정하고 속이면 위험성에 대한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 부실성에 대해서도 사전에 절차대로 검토를 진행하고 심의 등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판매했다"며 "운용사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판매사는 속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판매 과정에서 장 전 실장을 내세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한 판매 직원은 "해당 펀드를 판매하면서 단 한 번도 장 전 실장을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피해자가 한둘도 아니고 없는 이야기를 피해자들이 지어냈겠느냐"며 "판매사들은 지금이라도 본인들의 과실을 인정하고 피해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하성도 수사해야"...커지는 '뒷배' 의혹

    이번 사태는 펀드 운용사 대표가 장 대사의 친동생이란 점에서 '뒷배'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공교롭게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급성장을 하며 디스커버리펀드가 한창 팔리던 지난 2017년~2018년 당시 장 대사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재직 중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여의도 증권가에는 "신생 업체인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 했고 실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설립 당시인 2016년 500억 원에 그쳤던 수탁액이 2년 새 10배 가까이 늘며 급성장했다.

    피해자들은 펀드 판매사들이 이례적으로 전방위 영업에 나선 배경에 장 대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장 대사도 수사 대상에 포함 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대사는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디스커버리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뒷북 수사'...정권 눈치보기?

    디스커버리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경찰의 '뒷북 수사'도 논란 거리다.

    지난 2019년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이후 피해자들의 수사 촉구가 계속됐지만 3년 만에 경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선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장 대사의 친동생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살피다 피해자들의 항의에 못 이겨 '등 떠밀리기식'으로 때늦은 수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그간 다양한 첩보와 사실 관계에 대해 내사를 벌여 왔고 범죄 혐의가 입증될 만한 유의미한 정황들이 포착돼 전방위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를 본격화했다고 밝혔지만 수사가 늦어진 부분에 대한 해명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피해자들의 입장이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 등 집단 행동에 나서니까 그제서야 수사에 착수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수사에 나서 다행이지만 수사 결과가 용두사미로 끝날 까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고통 받고 있는데 장 대표는 지금도 아무일 없다는 듯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규명하고 장 대표를 구속 수사해 증거인멸 우려를 불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펀드 판매사인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을 압수수색하고 장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한 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