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조직개편 및 외부인사 영입…변화 위한 초석높은 부채비율… 투자 경쟁 속에 존재감 흐려져매각 위한 초석… 하반기부터 홈플러스 변화 가시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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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홈플러스 대표이사가 취임 100일을 넘겼다. 이제훈 대표는 올 초 임일순 전 사장이 떠난 이후 약 5개월 이상의 공백을 갖고 취임했다. 그에 대한 홈플러스 안팎의 기대가 높았음은 두말할 것 없다.이 대표는 올 상반기 조직개편, 점포매각 등 굵직한 현안을 소화했다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성장동력 확보라는 과제를 앞두고 있다는 평가를 함께 받고 있다.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5월 취임 후 약 100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홈플러스가 겪은 변화는 적지 않았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감한 조직개편과 외부인사 영입이다. 마케팅부문장(CMO)으로 한국맥도날드 사장을 지냈던 조주연 부사장이 발탁됐고 바이더웨이, 세븐일레븐에서 상품 소싱을 맡았던 오재용 전무가 상품2부문 수장으로 영입됐다. 공석이었던 재무부문장(CFO)에 황정욱 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CFO를 영입하기도 했다.동시에 부문장이 전체의 상품을 총괄해왔던 ‘상품부문’ 조직을 카테고리별로 나눠 ‘상품1부문’과 ‘상품2부문’으로 재편한 것도 특징.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인선과 조직 구성이 진행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와 함께 2018년 이후 중단됐던 신입 바이어 선출 공채가 3년만에 시작됐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체질 개선을 위한 점포 매각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드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추진 돼 온 홈플러스 점포 매각은 안산점을 시작으로 둔산, 대구, 가야점이 각각 매각됐다. 동대전점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매각 비용은 홈플러스의 인재 영입, 재무개선에 쓰일 예정이다.다만 과제는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년차를 맞이하는 현재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이커머스 시장의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통업계 전반의 체질 변경과 대규모 투자로 나타나는 중이다.롯데마트는 자사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과 기업형슈퍼마켓(SSM) 롯데프레시를 통해 신선식품 배송에 나서고 있고 이마트도 SSG닷컴을 통해 배송 및 새벽배송까지 나서는 중이다. 이마트는 오픈마켓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성공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GS리테일이 GS홈쇼핑과 합병하는 한편, 배달업체 요기요를 인수하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이 과정에서 홈플러스는 유독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온라인의 즉시배송이나 창고형 할인점 홈플러스 스페셜 전환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커머스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이커머스 기업이 매물이 나와도 홈플러스는 인수 후보로 거론조차 안된다”고 전했다.여기에는 홈플러스의 막대한 부채로 인한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꾸준한 부채 감소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700%를 넘긴 상황.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점포마저 매각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이 대표가 취임 직후 오프라인의 경쟁력 강화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올라인(All-line)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현재까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 1위 사업자인 이마트가 창고형 매장을 꾸준히 출점하는데 반해 홈플러스는 신규 점포 대신 기존 점포를 창고형 매장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 중이다.이는 장기적으로 매각을 앞둔 홈플러스 상황에서 이중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사가 생존을 위한 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홈플러스는 재무개선이라는 과제를 함께 안고 있기 때문이다.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매각 시점까지 얼마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이 대표에게 주어진 지상 과제일 것”이라며 “점포 매각이나 스페셜 점포가 전임 대표 때부터 추진되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이 대표의 본격적인 색깔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