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회담 예정기밀보호 문제로 추가 자료 제출 어려운 사정 설명삼성·SK, 민감한 정보 제외하는 선에서 자료 제출할듯
  • ▲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정보 제출 요구 시한에 맞춰 조만간 미국 출장길에 오를 전망이다.

    3일 업계에에 따르면 문 장관은 이르면 오는 9~10일 이틀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헝가리·폴란드를 방문하고 있는 문 장관은 귀국 후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이튿날 출장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부는 최근 '오는 9~10일 열리는 국회 예결위 경제부처 부별심사에 장관이 출석하지 못한다'고 국회에 양해를 구한 상태다.

    문 장관의 방미 시점은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세계 반도체 업체들에게 정보 제출을 요구한 기한이 끝난 직후다. 문 장관은 러몬도 장관에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낸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기밀보호 때문에 추가로 자료를 내기 어려운 사정 등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양국의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장관이 방미 일정을 잡은 것은 최근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중국을 위축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반도체와 철강 등 한국 주요 산업이 피해를 볼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의 회담과 지난달 1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반도체 정보 요구에 대한 한국 업체들의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산업부와 미국 상무부가 국장급 영상회의를 통해 반도체 파트너십을 비롯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화되자 지난 9월 24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화상 회의를 열어 45일 내로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설문지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설문지는 일상적인 정보에서부터 회사 사정에 개입하는 질문까지 총 26가지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해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납부 기한인 11월8일에 맞춰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자료를 제출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고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제외한 수준에서 기한 내에 제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영업상 비밀유지 조항에 저촉되지 않고, 민감한 내부 정보를 제외하는 선에서 오는 8일 시한에 맞춰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앞서 지난달 26일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차분히 잘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