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제 기구 정치적 영향력 벗어나야정부부처 분산 업무영역 통합 한목소리글로벌 경쟁력 위한 생태계 조성 요구도
-
전문가들이 새 정부의 ICT와 미디어 분야 정책이 단일 부서에서 전담하는 '독임제'로 꾸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미디어미래연구소는 30일 ‘새 정부에 바란다 ICT·미디어분야 정책제언’ 포럼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진행했다.전문가들은 이날 다양한 ICT·미디어 정책 제안에 나서면서 부처 간 담당 부서를 쪼개놓은 현 상황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ICT와 미디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통합과 해체의 역사가 있다.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ICT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당시 방송위원회를 개편한 방송통신위원회 등 5개 부처로 기능이 이관됐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때는 통신서비스 전반 정책은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되고 방송통신위원회에는 통신 및 방송 정책과 이용자규제 부분만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 정책을 계승하며 부처 이름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꿨다.토론에 참석한 최정일 숭실대 교수는 “과학기술은 별도 조직으로, ICT·미디어 분야는 별개 독임제 부처로 개편하는 것이 좋아보인다”고 진단했다.황근 선문대 교수는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가 아닌 진흥을 위한 통합 거버넌스를 모색해야 한다”며 “각 부처의 미디어 진흥 업무를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부처 간 업무·규제 중복 등 불필요한 소요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김진기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업 측면의 정책 기관과 공익 측면의 정책 기관을 분리해서 운영해야 한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조직 개편하는 것은 정책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부처 간 고유영역을 정의해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정인숙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부 거버넌스에 있어서 분산된 미디어 업무영역의 부처 통합이 중요하다”며 “각 부처에서 ICT, 미디어 분야 관련 부서를 추출해 하나의 독임부처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한편 전문가들은 부처 간 소관 업무의 충돌로 인해 갈등이 벌어지는 현 상황이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비판한다.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통위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 공정성, 공익 등 타 산업과 구분되는 규범적 목표를 추구해야한다”며 “하지만 방통위는 각종 심사·규제 권한을 남용하는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는 역할은 방기했다”고 지적했다.정 교수는 “부처 간 미디어 업무를 통합한 별도의 미디어 위원회를 만들어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판단한다”고 제시했다.전문가들은 국회 상임위 구성, 여야 인선 구성 등 이합집산으로 인한 산물로 합의제 기구가 구성돼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한다.최 교수는 “여야 합의제 기구는 정치적인 인선 문제로 비효율적”이라며 “방통위와 방심위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소관 업무를 정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황 교수는 “시장과 정치가 뒤섞인 혼돈의 미디어 시장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공공성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공공 미디어를 합리적으로 재편하고 정치적으로 독립된 공영방송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비판과 동시에 향후 산업을 이끌어가는 ICT·미디어 영역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생태계 조성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안치득 전 ETRI방송통신연구소 소장은 “미디어 핵심 기술에 집중투자하고, ICT 기술과 서비스의 시장진입이 원활하도록 규제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며 “미디어 산업 생태계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민간주도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는 이에 협력해야 한다”고 전했다.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4차산업혁명부를 설립해 글로벌 ICT·미디어 분야 경쟁력을 위한 진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황 교수는 “미디어 분야의 비현실적인 과잉규제를 대폭 축소 또는 폐지하고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