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용대출 만기 10년으로 늘려… 은행권 최초5대 은행도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속속 출시대출만기 늘려 DSR 규제 대응-은행권 가계대출 감소세 해소
  • ▲ 서울의 한 은행지점. ⓒ연합뉴스
    ▲ 서울의 한 은행지점. ⓒ연합뉴스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만기 10년짜리 분할 상환 신용대출 상품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통상 시중은행 신용대출의 만기는 길어야 5년이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기존 33~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자 입장에서 월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속에서 대출 가능한 총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은행으로서도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최근 수개월째 가계대출 잔액이 뒷걸음치는 가운데 대출 상품의 분할 상환 만기를 늘려 대출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는 만큼 신용·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분할상환방식 신용대출의 대출 기간을 최장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현재 다른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일반 신용대출의 최장 만기는 5년이다. 연체 중인 신용대출자 등 특수한 경우 일종의 '연착륙' 프로그램 차원에서 10년 만기를 적용하기도 하지만,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일반 신용대출의 만기를 처음부터 10년으로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업계 최초라는 것이 KB국민은행의 설명이다.

    KB국민은행 측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실수요 대출자의 월별 상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라며 "실질적으로 DSR 산정 과정에서 대출 한도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KB국민은행은 2일부터 신용대출 상품 'KB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금리를 0.2%p, 'KB스타클럽 신용대출' 금리를 0.3%p 낮추기로 했다.

    또한 지난달 5일부터 하향 조정한 주택담보대출(최대 0.45%p 인하) 및 전세자금대출 금리(최대 0.55%p 인하)도 이달 말까지 연장 적용한다. 애초 인하 조치의 시한은 이날까지였다.

    이에 따라 KB주택전세자금대출(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 금리는 3.31~4.51%, KB전세금안심대출(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금리는 3.14~4.34%로 유지된다.

    KB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3.42~4.92%, 혼합형(고정) 금리는 4.08~5.58% 수준이다.

    만기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도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5대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하나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장 만기를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린 것을 시작으로 만기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최장 35년인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이르면 다음 주 40년으로 조정할 예정이고, NH농협은행도 이달 중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장 만기를 현 33년에서 4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이달 중순께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역시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몇 년 동안 나눠 갚는 분할 상환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길어지면 당연히 대출자가 한 달에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은 줄어든다.

    더구나 최근 시장금리와 함께 대출금리가 급등했고, 앞으로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권은 만기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10년짜리 신용대출의 수요가 충분히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기 연장 상품은 월간 원리금 상환 부담 축소뿐만 아니라 대출 한도 증액 효과도 있다.

    지난해 7월 도입된 개인 차주별 DSR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 은행권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막는 방식이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의 만기가 길어지면 연 원리금 상환액은 줄어들고, 그만큼 매출을 더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일례로 이미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연 4%, 30년 균등 분할 상환)을 받은 연봉 7000만원 대출자의 경우 만기 5년짜리 분할 상환 신용대출을 받는다면 DSR 40%를 넘지 않는 최대 대출 가능액은 4460만원 정도다.

    하지만 10년짜리 신용대출을 이용하면 약 3000만원 더 많은 최대 7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특히 7월 규제가 강화대 총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DSR 적용을 받는 만큼 조금이라도 한도를 늘려야 하는 대출자로서는 만기가 길어진 대출 상품은 크게 유용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0년 만기 신용대출,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활용하면 월간, 연간 상환 부담이 줄어 총대출 한도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전체 대출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총 이자액이 증가하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 입장에서도 금리 상승 등으로 수개월째 가계대출이 줄어든 만큼 만기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낮춰 수요를 촉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모두 702조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9954억원 줄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규모는 1월(-1조3634억원)부터 2월(-1조7522억원)과 3월(-2조7436억원)에 이어 4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은행권 전체로는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째 뒷걸음쳤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