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우려에 속속 이탈"내부적으로 이직 용인되는 분위기"수장 공백-직원 이탈-현안 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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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의 퇴진으로 뒤숭숭한 산업은행이 잇따른 인력 유출로 흔들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HMM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기업 구조조정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부산 이전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책은행 위상까지 휘청이는 모습이다.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에서는 이달 3명의 직원을 포함해 올 들어 10여명의 직원이 짐을 싼 것으로 알려졌다. 퇴사한 직원 대부분이 대리·과장급 허리 라인들로 한창 실무경험을 쌓는 경력직들이어서 업무공백도 우려된다. 이들 직원들은 시중 은행이나 증권사 등 민간 금융사 이직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갑작스런 인력 유출은 윤석열정부의 산은 부산 이전 추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에 부산 이전안을 확정한 바 있다. 수도권 거주를 선호하는 젊은 전문 인력 이탈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부에서는 판단하고 있다.정부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산업은행법을 개정해 부산 이전을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등은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둔다'는 조문을 추가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법안에는 공포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본점 이전에 관한 계획 수립도 포함돼 있어 국회 통과 직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이를 위해 부산시는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내에 산은 본점이 입주할 부지를 확보하는 등 제반시설 마련에 착수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산은과 국토부, 부산시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부산 이전을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부산시는 산은 이전에 따른 경제유발 효과가 4조원에 달하고, 취업유발효과는 3만6863명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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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노동조합은 법개정 등 이전 계획이 보다 구체화되면 퇴사를 선택하는 직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으로서의 위상과 적지 않은 연봉에도 부산 이전 하나만으로도 퇴사를 말리는 게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내부적으로도 이직 준비가 용인되고 있다"고 말했다.한달 가까이 공석인 후임 회장 인선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산은은 현재 이 전 회장 퇴임으로 최대현 수석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아직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후임도 선임되지 못한 상태다. 당분간 수장 공백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인선도 불투명해졌다. 황 전 회장은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을 설립하는 등 개인 일정을 이유로 요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노조가 황 전 회장을 겨냥해 '정권 낙하산 인사'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대내외 악재가 산은이 장기간 시간을 끌어온 기업 구조조정에 차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해외 경쟁당국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해 답보상태다. 대우조선과 쌍용차, KDB생명 매각은 연이어 불발됐고, HMM 매각 일정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때가 다가오고 있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금융권 인사도 순차적으로 단행될 것"이라며 "산은 부산 이전 문제도 입법사항인 만큼 국회 논의를 존중하겠다는 게 대통령 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