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사회환원, 수천억원대 투자 내걸고 경쟁7년만에 줄줄이 시내면세점 특허 포기비용 부담으로 전락…전망도 밝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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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이익 20%를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 현대백화점면세점
     "순이익의 10%를 기부하겠습니다." - 이랜드리테일
     "5년간 중소기업, 지역상권, 관광 개발에 2700억원을 투자하겠습니다."- 신세계면세점

    면세업계가 이런 파격적인 상생 공약을 내세우며 시내면세점 면허를 취득하려 한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불과 7년 전인 2015년의 일이다. 당시 유통업과 무관한 그룹사까지  뛰어들며 시내면세점 유치 경쟁을 벌였지만 언제까지나 ‘황금알’을 낳을 것만 같은 이 시장이 추락하는 데는 불과 7년도 걸리지 않았다. 

    신세계면세점에 이어 업계 맏형인 롯데면세점까지 일부 점포의 시내면세점 면허를 반납하면서 시내면세점의 신화는 그야말로 한 여름밤의 꿈으로 끝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면세업계의 위기가 지속되면서 시내면세점은 그야말로 계륵이 되어가고 있다. 신규 점포를 내면 고스란히 매출과 수익이 올라가던 기대감도 옛말이 된지 오래다. 면세업계가 시내면세점 점포를 포기하고 나섰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특허 기한이 만료되는 코엑스점의 특허 갱신 심사를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코엑스점은 올해 하반기 영업을 종료한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지난 2010년 애경그룹의 AK면세점 인천공항점, 김포공함점과 함께 인수한 점포다. 당시 인수가액만 800억원이 들었지만 부채 2000억원을 떠안는 조건이었던 만큼 실제 인수비용은 더욱 높다.

    단지 롯데면세점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신세계면세점도 강남점을 폐점했고 2020년 4월에는 SM면세점이 인사동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심지어 지난달 30일 마감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에는 참여한 기업이 단 1곳도 없었을 정도.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시내면세점 신규 면허를 두고 각축전을 벌였던 2015년에서 불과 7년만에 하늘 꼭대기에 있던 시내면세점의 위상은 땅 끝으로 추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외에도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특허수수료다. 2015년 시내면세점 면허 입찰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정부는 이를 수수료 인상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시내면세점의 면적당 부과되던 특허수수료를 매출당 부과로 변경한 것. 지난 2016년에 46억원에 불과하던 특허수수료는 이듬해 609억원으로 올랐고 2018년 1030억원으로 급증했다.

    시내면세점의 유지와 관리에 부담이 대폭 커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이 본격화된 때다. 2017년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을 사실상 금지시키면서 주요 거점에서 단체관광객을 타겟으로 한 시내면세점의 위기가 본격화 됐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은 주요 관광거점에서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었는데, 사드 사태 이후 단체관광 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대신 중국의 보따리상(따이궁)을 유치하는 경쟁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며 “이 경우 시내면세점의 점포 위치나 개수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 추세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속됐다. 알선수수료에 좌우되는 따이궁의 특성상 시내면세점은 점포 수가 매출과 비례하기는커녕 비용 부담만 커졌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엔데믹’ 이후에도 시내면세점의 전성기가 되돌아오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최근 시내면세점의 포기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최근 해외 관광객의 면세쇼핑도 매장을 둘러보기 보다는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막대한 비용으로 시내면세점을 유치하느니 모바일 앱을 현지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도 높다는 평가다. 스테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 불황의 조짐이 본격화되는 것도 면세점이 보수적이 된 이유로 꼽힌다.

    결국 시내면세점의 황금기는 정부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과 대외변수에 따른 관광산업의 타격, 트렌드의 변화가 어우러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 때 공항면세점의 적자를 시내면세점이 메워주는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옛말이 됐다”며 “2015년 파격적인 조건을 걸고 면세사업에 진출한 곳 중 남아있는 곳은 이제 거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