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5%대 오름폭… 월환산액 201만580원법정처리시한 강박?… 공익위원, 심의구간·단일안 제시 '일사천리'민주노총·경영계 퇴장으로 파행… 역대 재심의 요청 수용사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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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96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9160원)보다 5.0% 올랐다. 2년 연속 5% 상승했다.노동계가 상징성을 띠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생각하는 시급 1만원에는 380원이 모자라는 수준이다.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법정처리시한인 29일 밤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노사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일부와 사용자위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이 제시한 단일안을 표결에 부쳐 2023년에 적용할 시간당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보다 460원 오른 금액이다.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은 201만580원이다.최저임금위는 지난 28일 열린 제7차 전원회의가 길어져 29일로 날짜가 바뀌자 회의 차수를 변경해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더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날 오전 1시40분쯤 정회하고 오후에 회의를 속개했다.오후에 다시 만난 노사 양측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2, 3차 수정안을 내며 막바지 조율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2차 수정안으로 1만90원을 제출한 데 이어 3차 수정안으로 1만8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보다 10% 높은 금액이다.경영계는 2차 수정안으로 9310원, 3차 수정안으로 9330원을 각각 냈다. 경영계의 3차 수정안은 올해보다 1.86%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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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각각 1만890원과 동결을 주장해 1730원의 차이를 보였던 최초요구안과 비교하면 격차가 750원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접점을 찾기 어렵다고 본 공익위원은 심의촉진구간으로 9410∼986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과 비교해 2.7~7.6% 높은 수준이다.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시작으로 몇 차례 더 수정 요구안을 내놓으며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노사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 뒤 양측이 제시한 최종 요구안을 놓고 표결을 벌여 최저임금을 정한다.노사 양측이 좀처럼 최종요구안을 내지 못하자 공익위원은 심의촉진구간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9620원을 내년 최저임금안으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경제성장률(2.7%)과 물가상승률(4.5%)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2.2%)을 빼 5.0%라는 수치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노동계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한 데 이어 경영계쪽 사용자위원 9명도 표결 선포 직후 전원 퇴장하면서 회의는 파행했다. 이후 공익위원은 남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5명과 함께 자신들이 제시한 단일안을 표결에 부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결과는 찬성 12명, 기권 10명, 반대 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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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파행했지만,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켰다.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쥔 공익위원 중에서도 발언권이 센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과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기한 준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부터 공익위원으로 활동한 두 사람은 지난 몇 년간 경험이 쌓인 데다 올해가 새 정부 첫해라는 점에서 기한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특이한 변수가 없는 한 법정기한 내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며 "민주노총이 전략적으로 회의를 길게 끌고 가려고 하지만, (위원장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이날 의결한 최저임금은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오는 8월5일까지 고시하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가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국내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래 재심의를 한 적은 없다. 앞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최저임금이 16.4%로 급격히 올랐던 2017년에도 경영계가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노동부 장관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무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