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물가상승률 5.4%… 6월 6%대 전망 지배적경영계 "지급에 한계…물가상승분 전부는 어려워"한은 "6월 기대인플레 3.9%↑"… 3%반영시 9430원심의촉진구간 하한선 적용시 9500원선 가능성
-
내년도 최저임금이 적어도 9400~9500원선이 될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년만에 법정처리시한내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법정처리시한인 29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를 이어갔다.전날 근로자·사용자위원은 수정요구안을 냈다. 노동계는 시간당 1만340원을 1차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최초요구안(1만890원)보다 550원 내렸다.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는 12.9% 올린 금액이다.최초요구안으로 동결을 주장했던 경영계는 1차 수정안으로 100원(1.1%) 오른 9260원을 내놨다. 노사 양측이 수정안을 냈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여러 번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다 29일로 날짜가 바뀌면서 회의 차수를 변경한 최저임금위는 결국 오전 1시40분쯤 정회한 후 오후에 제8차 전원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이날 노사 양측은 2차 수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추가 수정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몇 차례 수정하며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노사 간 견해차가 크면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 뒤 양측이 제시한 최종 요구안을 놓고 표결을 벌여 최저임금을 정한다.
-
내년도 최저임금은 적어도 9400~9500원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영계도 물가상승분을 무시할 순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9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다만 경영계는 최근의 물가상승률을 곧이곧대로 최저임금 인상분으로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다.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기대인플레이션(기업·가계 등이 예상하는 향후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 상승률은 3.9%로, 5월(3.3%)보다 0.6%포인트(p)나 올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2개월 만에 가장 높고, 오름폭도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기록이다.이 때문에 일각에선 경영계가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참고로 2차 혹은 최종수정안으로 3%대의 인상률을 제시할 가능성을 점친다. 이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70원 오른 9430원이 된다.상징성을 띠는 '시급 1만원'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설정할 때 경영계 제시안을 하한선으로 고려할 수 있는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적어도 9400~9500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한편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저임금위원장을 맡은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기한 준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발언권이 센 두 사람이 표결을 강하게 주장하면 노사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부터 공익위원으로 활동한 두 사람은 지난 몇 년간 경험이 쌓인 데다 올해가 새 정부 첫해라는 점에서 기한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계 관계자는 "특이한 변수가 없는 한 법정기한 내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전략적으로 회의를 길게 끌고 가려고 하지만, (위원장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