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회장단 만나 "과도한 인상, 고물가 상황 심화"소상공인聯 "주휴수당 포함시 1만3천원 지급여력無"18.9%↑ vs 동결… 수정안 안 내면 공익위원의 시간
  • ▲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연합뉴스
    ▲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연합뉴스
    친시장 주의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법정시한을 하루 앞두고 과도한 임금 인상 확산을 우려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지급 여력이 없다며 노동계가 주장하는 18.9% 인상은 어불성설이라고 호소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앞서 노동계는 올해(9160원)보다 18.9%(1730원) 올린 시간당 1만890원,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동결을 각각 최초안으로 요구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23일 제6차 전원회의에서 다음번 회의 때 수정 요구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노동계는 이날 수정안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할 수 있어 1차 수정안을 대폭 낮춰 제시하진 않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 소상공인연합회, 최저임금 동결 촉구 기자회견.ⓒ연합뉴스
    ▲ 소상공인연합회, 최저임금 동결 촉구 기자회견.ⓒ연합뉴스
    경영계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소속 사용자위원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용노동부 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국민의 깊은 이해를 호소한다"며 "소상공인은 1시간에 1만3000원이 넘는 인건비를 낼 여력이 없다"고 동결을 촉구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890원을 제시했으나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간당 1만3068원에 달한다"며 "소상공인은 이런 인건비를 지급할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지난 5년간 한국 최저임금은 42%나 인상됐다"며 "소상공인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소상공인의 희생만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 관련 업종·지역·규모별 소상공인·근로자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68%는 '나홀로 사장'이거나 가족과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사자를 둔 경우 시간제 근로가 46.6%를 차지했다. 종사자 관리의 애로사항으로는 '높은 임금'(46.7%)과 '4대 보험 부담'(28.3%)을 꼽았다. 인건비 부담이 75%를 차지한 셈이다.
  •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 회의실에서 경총 회장단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다른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나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키운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경제 상황이 굉장히 안 좋다. 고물가 속에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경종의 목소리가 많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가격·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임금의 연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앞선 21일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웨이지(임금)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지면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 간 상호작용(feedback)이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지난 4월25일 내놓은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 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올 하반기 이후 임금 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 상승→임금 상승→물가 추가 상승의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추 부총리가 직접 최저임금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높은 임금 인상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낸 만큼 직·간접적으로 공익위원들에게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몇 차례 수정하며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노사 간 견해차가 크면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 뒤 양측이 제시한 최종 요구안을 놓고 표결을 벌여 최저임금을 정한다. 올해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 속에 노사 간 견해차가 어느 때보다 큰 만큼 결국 올해도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결정표)를 행사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법정 시한은 29일이다. 올해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킬 가능성이 적잖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 위원장과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기한 준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제8차 전원회의가 예정된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심의 기한 마지막 날인 29일 밤늦게 또는 회의 차수를 바꿔 30일 새벽에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