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2800억달러 투자 '반도체법' 가결바이든 "핵심 기술 타국에 의존하지 않을 것"10년간 중국에 반도체 투자 금지 '가드레일 조항' 포함최태원 회장도 '빅4 동맹'에 "조심스러운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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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을 통과시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 투자를 발표한 우리 기업들에게는 반길 내용이지만, 법안에는 중국에 추가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에 처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1일 업계에 따르면 미 하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총 2800억달러(약 365조원)를 투자하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을 가결했다.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반도체법이 보조금과 세액공제로 약 770억달러(약 100조원)를 제공하는 등 한 번에 거액을 지원하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앞서 미 상원은 반도체법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64 대 반대 33으로 가결처리했다.미 상원과 하원은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 확보와 국가 안보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로 보고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진흥을 위한 법안을 각각 처리했었다.법안 처리를 촉구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국이 공급망에서 더 나은 회복력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미국 소비자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을 다른 나라에 절대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80%가량은 한국(28%)을 비롯해 대만(22%), 일본(16%), 중국(12%) 등 아시아 4개국이 차지하고 있다.현재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10년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만, 한국, 싱가포르보다 약 30%, 중국보다는 50% 많이 든다는 게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설명이다.이 법이 시행되면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TSMC 등이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향후 20년 동안 삼성전자는 미국 내 11곳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상태다.SK하이닉스도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갖고 220억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다만 이번 미국 반도체법에는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에 향후 10년간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된다.이렇게 되면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지 사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생산시설이 있고, 쑤저우에서는 테스트·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시안 공장의 경우 삼성 낸드 전체 생산에서 40%가량을 담당한다.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메모리 반도체 제조시설, 다롄에는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 제조시설이 있다. 우시 또한 SK하이닉스 D램 생산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다.인텔과 마이크론 등 중국에 생산기지가 있는 미국 기업도 가드레일 조항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피터 핸버리는 "반도체 제조에 대한 보조금 경쟁 상황"이라면서 각국이 한정된 숫자의 기업들을 놓고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WSJ은 "미 연방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가능한 상황에서, 관건은 미국이 타국으로 갔을 주요 반도체 공장 투자를 얼마나 차지할 수 있을지"라면서 반도체 시설 투자 비용이 큰 만큼 반도체업계가 자본 지출에 극히 보수적이라고 평가했다.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동맹체 '칩4(한국·미국·대만·일본)' 동맹을 추진하며 우리 정부에 이달 말까지 참석 여부를 알려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반면 중국은 한국의 칩4 참여와 관련해 경고하고 있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NO'라고 말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논평을 내기도 했다.미국을 방문 중인 최태원 회장도 미국이 '칩4 동맹'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약간 조심스럽기는 한 얘기"라고 우려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