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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②]안전운임제 논란 재점화…"안전장치" vs "非시장논리"

화물연대, 일몰제 폐지·품목 확대 요구하며 파업시멘트·철강 등 1.6조원 출하 차질… 피해 '눈덩이'무역협회 "도입 효과 없고, 수출경쟁력만 약화"

입력 2022-12-01 16:55 | 수정 2022-12-02 10:23

▲ 11월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철강산업단지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며 걸어놓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지난달 24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물류난이 거세지고 있다. 가뜩이나 내리막길에 접어든 수출에는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또한 공사현장이 셧다운되고, 주유소 품절 사태가 발생하는 등 국가경제 피해와 사회적 갈등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국가 경제를 뒤흔든 화물연대 총파업의 핵심에는 '안전운임제'가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운임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화물차 업계의 최저임금이라고 불린다.

낮은 운임료로 인해 화물차 기사들이 과적, 과속, 장시간 운전 등을 하고, 이것이 사고로 이어짐에 따라 적정 운임료를 지급해 도로 위의 안전을 확보한단 취지에서 지난 2020년부터 3년 일몰로 도입됐다. 현재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 시범적으로 안전운임제가 적용된다. 정부 고시보다 낮은 운임료를 지급할 경우 화주나 운수업체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안전운임제는 도입 당시부터 3년 일몰제로 시작되면서, 이 같은 논란은 예고됐던 것이나 다름없단 지적이 나온다. 일몰이 다가올 때마다 안전운임제를 사수하려는 화물연대 측과 높은 운임료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화주들의 줄다리기는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가 8일 동안의 파업 끝에 산업계에 1조6000억원 가량(정부 추산)의 막대한 피해를 입혔을 때도 안전운임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을 주장했고, 5차례의 협상 끝에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구체적인 연장 시한과 품목확대 등은 국회에서 추가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주장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전운임제 영구화, 철강·자동차·석유제품 등 적용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올 들어서만 두 번째 파업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현재 시멘트와 철강,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1조6000억원 가량의 출하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주장하는 논리는 화물차 기사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도입 후 시멘트 품목 과적 경험은 30%에서 10%, 컨테이너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은 29%에서 1.4%, 시멘트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비율은 50%에서 27%로 줄었다며 도입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 입장은 다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용역을 받아 한국교통연구원이 수행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견인형 화물차 사망자는 최근 3년간 42.9% 증가했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가 화물차 기사들의 안전 확보에 기여했다는 것이 불분명하니 앞으로 3년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다. 품목 확대도 불가하단 태도다.

그러나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화물연대가 반발 수위를 높이면서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화물연대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안전운임제 완전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전운임제는 일몰 여부뿐 아니라 제대로 된 제도인지에 대해 문제 제기와 검토가 있다"면서 "(폐지 등) 다각도로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격은 시장 작동의 핵심 요소"라며 "일방이 입맛대로 고정하고 마음에 안 들면 중지시키는 식의 시장구조는 사회주의 나라에서도 안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안전운임제도의 일몰 연장을 허용해선 안되며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최근 3년간 수출기업의 컨테이너 내륙 운송 운임이 25~42%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 하청업체나 식품·가구·고무·금속가공 등 영세 수출업체들은 운송비 증가를 수출경쟁력 약화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고 주장했다.

화주들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운임료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정부가 내버려두되, 표준운임제를 제시해 이를 바탕으로 화주와 화물차 기사들이 시장원리에 맞게 운임료를 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안전운임제 도입 자체가 자유시장 경제 원리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안전운임제가 문제가 있어 일몰하기로 했으면 그렇게 해야지 반도체, 자동차, 소주 출하까지 못 하게 힘을 과시한 이해집단에 끌려다니면 노동개혁은 물 건너간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시장원리를 강조했다. 안전운임제는 사실상 최저가격제도를 보장해준 것인데,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정 기자 hjlee@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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