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1%→2.2%"… 러-우 전쟁·공급망 차질 등 불확실성 여전美연준, 금리 0.75%p 추가 인상 시사… "올해 경기후퇴 확률 70%"IB 10곳 중 6곳 "연내 금리인하 전환"… "中 위드코로나, 5%대 성장"
  • 새해 세계 경제가 둔화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과 함께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8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올해 세계 경제가 생각보단 덜 나쁠 거라는 관측도 없잖다.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연착륙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결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성장동력인 수출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실적(6800억 달러)을 경신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경제 향방을 짚어본다.<편집자 註>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올 한해 경제 전망은 한마디로 안갯속이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경착륙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1월22일 내놓은 'OECD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2.2%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3.1%보다 0.9%포인트(p) 낮춰잡은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강타한 2009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1993년 이후 가장 낮다. OECD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197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면서 유럽·북미·남미권의 경제 회복이 상당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2∼16일 이코노미스트 38명을 대상으로 한 월례조사 결과에서 올해 미국 경기후퇴 확률이 70%로 나타났다. 11월 조사결과 65%보다 5%p 올랐다. 6월 조사결과(30%)와 비교하면 반년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급격한 통화 긴축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확산에 불을 댕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준은 지난해 11월23일(이하 현지시각)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내년 경기침체 확률을 거의 50%로 내다본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연준은 지난달 14일 열린 FOMC 회의에선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0.5%로 내다봤다. 지난해(1.2%)보다 0.7%p나 내렸다. 이는 앞선 OECD 전망치와 같다.

    설상가상 연준은 지난달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을 점으로 찍어낸 자료)에서 올해 말 정책금리 수준을 5.00~5.25%(중간값 5.1%)로 전망했다. 지난해 9월 공개한 중간값(4.6%)보다 0.5%p 오른 수치다. 미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4.25∼4.50%로, 15년 만에 가장 높다. 점도표 전망대로면 올해도 0.75%p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된다. 경기후퇴 우려 확산을 부채질하는 불안요인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 ▲ 미 연준과 파월 의장.ⓒ연합뉴스
    ▲ 미 연준과 파월 의장.ⓒ연합뉴스
    그나마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다행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3일 경제학자들이 올해 세계 경제 침체 정도가 몇 달 전까지 두려워했던 것만큼 혹독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도했다.

    WSJ은 유럽의 경우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미국 경제는 올 상반기까지 각각 2개 분기 연속 역성장 가능성을 거론했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겨울철 에너지 위기 가능성에 직면했던 유럽이 우려했던 에너지 배급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악의 상황은 피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WSJ은 투자은행 바클리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유로존 성장률을 마이너스(-)5%로 예상했으나, 최근 에너지 대란 우려 완화에 따라 -1.3%로 대폭 수정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이하 한국시각)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에서 소개한 주요 투자은행(IB)의 세계 경기 전망도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주요 IB는 올해 미국 경제가 1·2분기 큰 폭의 성장세 둔화를 보인 후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다소 회복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급격한 통화긴축 기조의 파급효과 등으로 미국 경제의 침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거로 평가된다"면서도 "견조한 고용 사정과 임금소득 증가세 유지 등으로 말미암아 향후 경기는 경착륙보단 완만하게 둔화하는 연착륙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IB들은 미 연준의 정책금리가 5%대 초반에서 인상을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최종 정책금리(상단기준)를 5.25%로 예상한 IB가 5곳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5.00%와 5.50%는 각각 2곳이었다. 4.75%로 예측한 곳은 1곳이었다. 최종 금리 도달 시기로는 5곳이 올 3월, 4곳은 5월을 각각 점쳤다.

    IB 10곳 중 6곳은 한발 더 나아가 연준이 올해 안에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거로 관측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말께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날 블룸버그 산하 연구소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5%, 근원 CPI는 3.8%까지 떨어질 거로 예상했다. BI는 이를 근거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 1분기 5%까지 올린 뒤 연말까지 유지하다 내년 1분기 피벗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1년 이상 장기화하진 않을 거라는 전망이 적잖은 셈이다.
  • ▲ 중국 베이징에서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연합뉴스
    ▲ 중국 베이징에서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연합뉴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경기 반등 가능성도 주목된다. WSJ은 중국이 주요 도시를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을 폐기하면서 경제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OECD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로 제시했다. 종전 9월 전망치(4.7%)보다는 0.1%p 낮췄지만, 지난해 성장률(3.3%)과 비교하면 1.3%p 높은 수준이다. OECD는 제로 코로나와 부동산 부진을 중국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았었다.

    BI는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전환이 올해 중반까지 완료된다면 5% 이상의 경제성장률도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IB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중국의 위드 코로나가 잘 준비된 상태에서 질서 있게 이뤄진다면 5.3%까지도 성장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연착륙 가능성과 경제 반등에 대한 기대는 올해 세계 경제가 애초 예상보다 덜 나쁠 수 있다는 낙관론에 불을 지핀다. 지난달 중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225만 배럴(bpd), 2.3% 증가할 거로 추산했다. 지난해 중국의 원유 수요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으나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와 함께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동유럽 긴장 해결 가능성이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올해 경제 흐름을 상반기에 나빴다가 하반기에 좋아지는 '상저하고'로 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내년(2023년) 성장률 전망을 1.6%로 제시했는데 상반기는 평균보다 좋지 않고, 하반기에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해 업무계획에서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가 혹한기로 접어들면서 타격이 예상되나, 정부 역량을 총결집해 지난해 실적(6800억 달러)을 뛰어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한편 지난 2021년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중국 25.3%, 미국 14.9%,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연합(EU) 13.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