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먹구름'… 반도체 힘 못 쓰고 지갑 닫아 내수도 둔화G2 리스크 현실화… 美연준, 이달 다시 매파 '빅스텝' 예고"中리오프닝 실물영향 아직"… 성장률 日 1.8%-韓 1.7% '역전' 예고
  • ▲ 악수하는 한일 정상.ⓒ연합뉴스
    ▲ 악수하는 한일 정상.ⓒ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수출은 부진하고 소비마저 위축하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간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도 둔화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앞선 2월호에서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이전보다 한층 어두운 경기 진단을 내놓은 가운데 이달엔 이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지난달까지는 경기가 더디게나마 우상 방향으로 움직이는 측면이었다면 이달 진단은 경기가 내려온 상태에서 정체에 들어간 모습이다.

    먼저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이 부진하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는 중이다. 수출이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간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액이 하루평균 31.1% 급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1억 달러(66조3825억 원)로 1년 전보다 7.5% 감소했다.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는 59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5%(44억 달러)나 급감했다.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수출 전선인 제조업 경기는 내리막이다. 지난 1월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2.7%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 감소율은 33.9%에 달했다.

    설상가상 소비마저 위축되고 있다. 1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2.1%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0.1%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소비도 둔화하고 있다.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3.9% 줄고 건설업체의 실제 시공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 ▲ 미중.ⓒ연합뉴스
    ▲ 미중.ⓒ연합뉴스
    각종 지표가 어두운 가운데 'G2(미국·중국)' 리스크는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각)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인다. 최종 (정책)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전체적인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 당분간 제한적인 통화정책 기조 유지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오는 21~22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다. 이날 KDI는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늘면서 서비스업 관련 심리지수는 개선됐다"면서도 "(중국의 리오프닝이) 아직 실물 경기에 반영되지 않고 있고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예상을 한다. 당장 경기가 반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내외적인 경기 여건이 불확실성을 더해가면서 올해 우리 경제가 일본에 역전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1월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수정을 발표하며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제약요인으로 중국의 회복 속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 심화 등을 꼽았지만, 인플레이션 완화와 중국의 리오프닝, 인도의 강한 내수시장,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을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의 감산 결정 등을 이유로 들었다.

    세계 경제는 종전 전망치인 지난해 10월보다 0.2%포인트(p), 미국은 0.4%p, 유로존은 0.2%p 상향 조정했다. 반면 한국은 1.7%로 기존보다 0.3%p 내렸다. 이는 기존보다 0.2%p 올린 일본(1.8%)보다 낮은 수준이다. IMF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역전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