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억유로 투입' 반도체법 도입 잠정 합의2030년까지 역내 반도체 산업 육성 내용 담아삼성 등 EU 시설 없는 국내 기업 타격 적지만… '셈법 복잡'
  • ▲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 ⓒ연합뉴스
    ▲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총 430억유로(한화 약 62조원)를 투입해 EU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와 27개 회원국 각료 이사회, 유럽의회 간 3자 협의를 통해 반도체법 도입을 잠정 합의했다.

    EU 반도체법의 핵심은 오는 2030년까지 민간과 공공에서 430억유로를 투입해 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세계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면서도 현재 10% 수준에 불과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반도체 생산 규모를 4배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반도체 대란 이후 주요 국가들의 '반도체 자국주의'가 심화되면서 EU도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69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지원법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기밀 정보 제출, 초과이익 환수 등의 무리한 조항을 내걸었음에도 전 세계 200곳 이상의 기업이 보조금 신청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반도체 시설은 유럽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반도체법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한 바 있다.

    EU는 반도체 생산을 대부분 외부에 위탁하는 팹리스 기업이 많아 생산 역량이 부족하다.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은 대만 TSMC와 UMC 등에 주로 생산을 맡기고 있다.

    대신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는 유럽 기업의 경쟁력이 독보적이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해 '슈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이 대표적이다.

    한편,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생산 시설이 EU에 없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