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전이다."
제2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취재하던 중 금융당국자로부터 들은 키워드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올 초부터 지속해서 부동산 PF 발 위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바라본 금융당국의 대처는 미온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 원인을 파고들다 보니 바닥에서 '책임'의 문제가 드러났다.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로 2020년부터 초저금리 환경이 조성됐고, 시중의 자금은 주식, 부동산, 코인으로 쏠렸다. 그 중에서 부동산 개발업은 대장동 일당이 잘 보여줬듯이 '잘 되면 대박, 못 되면 쪽박'인 고위험 사업이다. 개발 경험을 가진 시행사들은 전국에서 땅을 사들이며 '대박' 청사진을 뿌렸다. 땅 사는데 필요한 돈은 같이 '대박'을 꿈꾼 증권사와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댔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파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금리가 치솟으며 투자환경은 급변했다. 서울 강남의 알짜배기 PF 사업장들조차 땅만 사놓고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한데 지방 사업장이야 말해 무엇할까. 그나마 꼼꼼히 위험을 따져보고 보수적으로 접근한 시행사나 금융사는 '쪽박'을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땅값 급등의 꼭지점에서 대박 가능성만 보고 땅을 사들인 시행사와 금융사다. 땅값이 높아 손익분기점도 높은데 분양 가능성은 낮아 선뜻 나서는 시공사가 없다. 본PF로 전환이 안 되니 나날이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대박은 커녕 원금손실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파티는 끝났고, 누군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위기에 빠진 사업장은 정부를 애타게 쳐다본다. 부동산 호황기가 이어져 사업이 성공에 도달했다면 이들은 '대박' 수익을 가져갔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의 주체가 정부가 될 수는 없다. 만약 정부가 된다면 누군가의 지적대로 '이익의 사유화, 위험의 공유화'가 된다.
금융당국자가 '지구전'을 얘기하는 것은 부실 사업장의 주체가 '막대한 투자손실'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절대 '공짜 점심', '공짜 티켓'은 없다는 결연한 의지의 다른 표현처럼 들리기도 했다.
부동산 PF가 활황일 때 제2금융권 담당 인력들은 연봉 10억원, 20억원을 받으며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잔치가 끝나고 설거지는 '대주단 협의체'를 가동하며 금융권 전체가 공동으로 하고 있다. 평범한 투자상식 한 구절이 떠오른다.
'모든 투자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