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세수 전년比 24조원 감소… 법인세만 6.8조원↓반도체 수출 부진… 4월 분납·8월 중간예납 호실적 난망기재부 "5월 지나면 나아질 것"… 올해 성장률 1.5%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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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와 함께 재정을 떠받치는 법인세가 올해 1분기에만 6조8000억 원 펑크 났다. 정부는 올해 경기상황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보고 다음 달부터는 세수가 정상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수출 부진 등에 따른 저성장으로 2분기에도 세수 확보가 녹록잖을 거라는 의견이 적잖다.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3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 1~3월 국세수입은 87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 원 감소했다. 이는 3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세입예산 대비 세수를 얼마 걷었는지를 나타내는 세수진도율 역시 3월까지 21.7%로 최근 5년 평균치(26.4%)를 크게 밑돌았다.문제는 법인세다. 그동안 세수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래 감소로 인한 양도세와 증권거래세 하락이었지만, 지난해 잘 걷혔던 법인세(2021년 실적)가 세수감소로 돌아서면서 올해 세수결손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법인세는 1~3월 24조3000억 원이 걷혔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6조8000억 원이나 부족하다. 법인세 신고·납부기간인 3월만 놓고 보면 1년 전보다 6조1000억 원이 줄었다.지난해 법인들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의미다. 세액이 1000만 원을 넘을 경우 법인세를 3월과 4월 등 2개월 동안 분납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4월 법인세수 상황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법인세 펑크는 소득세 만큼이나 전체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 정부가 잡은 세입예산은 총 400조5000억 원이다. 이 중 소득세가 131조9000억 원, 법인세가 105조 원이다.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하지만 정부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한국 경제가 소비 회복세 등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으며 하반기로 가면서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기재부도 법인세 영향을 크게 받는 3~4월이 지나고, 종합소득세 신고·납부기간인 5월을 넘기면 세수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본다.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진입했다. 정부는 물가가 안정되고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는 올 하반기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고 본다.
- 하지만 국제기구와 국내 민간연구소 등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계속해서 하향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0.2%포인트(p) 낮춰잡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1.5%로 전망했다.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3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0.2%p 내렸다. 한국은행도 애초 1.6%로 전망했던 성장률 전망치를 이달 중 내놓을 수정경제전망에서 하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여러 기관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내려잡는 이유는 수출 부진 때문이다.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26억2000만 달러로 올해 1~4월 누적 무역적자만 252억 달러에 달한다.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447억9000만 달러의 절반을 넘어선 수치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1%나 감소했다.이에 오는 8월로 예정된 법인세 중간예납 기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세 중간예납은 기업의 납세부담을 분산하고 균형적인 재정수입 확보를 위해 법인세의 일부를 미리 납부하는 제도다. 12월 말 결산법인의 경우 상반기(1~6월)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8월 말까지 신고·납부해야 한다.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인세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중요한데, 반도체 업황이 좋을 때는 반도체 기업이 법인세를 10조 원이나 냈다(2020년 삼성전자 10조 원 납부)"며 "지금은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고 올 상반기도 경기가 좋지 않아 법인세 중간예납도 상황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홍 교수는 "지난해 개인사업자들의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근로소득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5월 종소세 기간을 지나면 (전체 세수 상황이) 나아지긴 할 것"이라며 "다만, 1분기보다 2분기가 나아질 것이란 의미지, 한 해 전체로 봤을 때 (세입예산 대비) 세수감소분을 만회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