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3월 방일 이어 7·8일 방한… 경협 활성화 기대감↑용인 클러스터에 日소부장기업 유치·협력모델 타진될 듯원전 오염수 방류 앞두고 '별도 검증'·수산물 수입 논의될지 주목답보 어업협상·한일 통화스와프는 의제 채택 시 빠질 듯
  • ▲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뉴스
    ▲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8일 방한하면서 무슨 보따리를 풀어놓을지 주목된다. 경제분야에선 반도체 공급망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될 전망이다.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우리가 조성하려는 반도체 클러스터(산업집적단지)에 유치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국내 대일 여론과 직결된 '뇌관'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도 뜨거운 감자다.

    이번 기시다 총리 방한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이은 답방이다. 12년 가까이 중단됐던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복원되는 것으로, 최근 한일 관계 회복에 발맞춰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어떤 선물보따리를 풀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 중인 기시다 총리는 1일(현지시각) 방한과 관련해 "한일 관계의 가속과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대해 마음 터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셔틀외교에 의욕을 나타냈다.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 안보 상황과 반도체 공급망 등 경제안보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분야에선 먼저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식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복원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지난달 일본을 우리 측 화이트리스트 대상에 다시 포함하는 내용의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공포한 만큼 일본의 신속한 조처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3월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과 관련해서도 일본의 적극적인 동참이 기대된다. 정부는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오는 2042년까지 300조 원을 투입해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 소부장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일 공급망 협력을 위해 일본의 소부장 업체를 유치함으로써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모델을 구축한다는 게 우리 측 구상이다.
  • ▲ 반도체 공장.ⓒ연합뉴스
    ▲ 반도체 공장.ⓒ연합뉴스
    먹을거리 안보와 관련해서도 양국의 논의가 진척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경산성은 지난달 28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기존에 밝힌 일정대로 올봄부터 여름 사이 해양에 방류하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의 수산물 수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반대로 일본은 자국산 수산물의 수입 금지 조치를 철폐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난 2013년 이후 후쿠시마 인근 8개 현(縣)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경제 영토 확장을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CPTPP 핵심 구성원인 일본이 가입 조건으로 우리나라에 후쿠시마 일대 식품 수입 허용을 요구할 공산이 적잖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2월8일 대만정부가 야당의 반발에도 후쿠시마 일대 5개 현의 식품수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결단'의 배경에 CPTPP 가입이 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선 한일 간 신뢰 증진과 단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전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한일 양자 검증이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1개국 전문가들의 참여로 진행 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니터링과 별도로 한일 간 독자적인 검증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결렬된 이후 답보 상태인 한일 어업협상 재개도 양국 간 경협 차원에서 다뤄질 법한 내용이다. 다만 어업협상 논의는 당장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일본 측에 어업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자 접촉을 타진하고 있지만, 일본 측에서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해양수산부 설명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협상 타결까지는 양국 수산당국 간 국장급 회의를 10여 차례 열고 이견을 조율했다. 이번 정상회담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어업협상이 빠르게 타결돼 우리 어선의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입어가 재개돼도 원전 오염수 안전 문제가 선결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 EEZ 내에서 잡은 수산어획물은 기국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산 수산물이 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지역은 통상 우리 어선이 입어하는 EEZ 수역과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일본 해역 어디서 잡은 수산물이든 국산으로 국내에 유통될 경우 수산물 안전관리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 ▲ 후쿠시마 수산물.ⓒ연합뉴스
    ▲ 후쿠시마 수산물.ⓒ연합뉴스
    미국의 통화긴축으로 인한 원화절하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간 통화스와프를 다시 맺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자국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이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급할 때마다 달러화를 빌려 쓸 수 있는 만큼 외환유동성을 확보하는 추가적 수단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일본과 7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었지만, 2012년 종료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일본과의 경제 협력 확대를 기대한다"면서도 "최근 일본 측과의 만남에서 통화스와프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