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수익률 상승, 금값 5개월 만에 최저미국 소비·고용 강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세계 금융종사자 "연내 미 금리인하 전망 2%"
  • ▲ 금.ⓒ연합뉴스
    ▲ 금.ⓒ연합뉴스
    글로벌 경기둔화가 지속하는 가운데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가격이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채권 수익률(금리)이 앞으로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커져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금 현물 가격은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온스당 1883.70달러로 지난 3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금값은 이후 다소 반등해 22일 오후 3시55분 현재 온스당 1898.5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금값 약세는 미국의 통화긴축이 장기화하면서 금리 수준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금은 기준금리와 채권 수익률 시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지만, 이자가 없는 만큼 금리 인상기에는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게 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5.25~5.50%로 25bp(1bp=0.01%포인트(p)) 올렸다. 지난해 3월 이후 무려 11번째 금리 인상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1일 4.339%로 2007년 11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10년물 실질금리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었다.

    잰걸음이던 연준의 긴축 행보가 느려지긴 했으나 아직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1일 연방기금(FF) 금리 움직임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프로그램에 따르면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6.5%, 베이비스텝(0.25%p 금리인상)을 밟을 가능성은 13.5%였다. 오는 11월 회의까지 금리를 0.25%p 이상 올릴 가능성은 40%를 웃돌았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겁다는 평가다. 소비도 강해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 상무부가 집계한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6964억 달러(계절조정 기준)로, 전달보다 0.7% 늘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증가 폭은 올해 1월 이후 가장 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0.4%)를 웃돌았다.

    소비 증가세는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5일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선언하기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조사서비스 'MLIV 펄스 서베이'가 지난 14~18일 금융권 종사자 등 자사 단말기·뉴스 구독자 6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는 견해는 2%에 그쳤다. 내년 1~3분기가 76%, 내년 4분기 이후가 21%였다.

    금값 약세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은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 매력도 약화하고 있다.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가들은 채권 수익률에 상승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인도와 중국의 계절적 수요도 평소보다 약해 금 ETF 매도와 금값 하락이 단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