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최고 수준2분기 투자손익 급감채권 평가손실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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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미국 국채 등 채권 금리 상승이 실적악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채권운용 이익이 감소하거나 손실이 발생하면서 보험사들이 잇따라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어서다.

    당초 보험사는 금리인상 시 수혜를 보는 곳으로 꼽혀왔지만 보험사들의 자산이 크게 늘고 채권으로 운용하는 자산의 규모가 커지면서 시중금리 상승이 오히려 수익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2674억원으로, 1분기 대비 62.2%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7.8% 증가했으나 투자손익이 적자전환한 영향이 컸다.

    삼성생명의 투자손익은 1분기 4760억원에서 2분기 119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격차는 무려 5950억원에 달한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평가익 및 처분익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도 부진한 투자손익으로 2분기 순이익(1564억원)이 1분기보다 56.2%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전분기대비 70.3% 증가했지만 투자손익은 3500억원 흑자에서 41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손해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지난 1분기 2380억원의 투자손익을 거뒀는데 2분기 들어 65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DB손보와 2위를 다투는 현대해상도 같은 기간 1840억원에서 950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이는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채권 금리가 뛰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는 운용 중인 채권에서 이자를 더 받을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채권값이 떨어지면서 손실이 발생한다.

    실제 지난달 장기채권에 투자한 이들 중 일부는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해 손실이 20%가 넘게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보험사들 역시 투자손익 중심의 사업구조로 금리 변동성에 취약해진데다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상승 속도로 발생한 채권평가손이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삼성생명은 과감히 저금리 채권을 매도해 손실을 털어내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앞서는 상황에선 매각손을 보더라도 금리가 높은 장기채권을 사들여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쪽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액보험과 퇴직보험의 규모가 큰 생보사들은 채권 투자 규모가 크다 보니 금리 변화로 인한 변동성에 더 크게 노출됐다. 금리상승으로 이자이익이 오르는 것보다 보유중인 채권의 가격하락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큰 셈이다.

    문제는 상황이 반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 흐름이 쉽게 꺾이고 있지 않는데다 국내 채권 금리 역시 치솟고 있어서다. 올해 3월 말 기준 3.3%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3% 후반대까지 오르며 다시 4%대를 넘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리가 오르면 자산운용수익률이 좋아지고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의 역마진이 해소되면서 실적이 좋아졌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손익이 나빠져 실적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