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개 불공정 조항…금융위에 시정 요청'은행 마음대로 서비스 중지, 피해는 고객 부담' 약관도불공정약관 시정에 3개월 소요…"고객 피해 예방 기대"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에서 사용하는 1391개의 약관을 점검한 결과, 129개나 되는 불공정 조항이 쏟아졌다. 은행이 마음대로 서비스를 중지하고 피해는 고객이 부담하라거나, 전산장애 등으로 고객에게 피해를 줬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조항도 발견됐다.

    공정위는 7일 은행에서 사용하는 약관을 심사한 결과, 이 중 129개 조항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금융‧통신 분야의 경쟁촉진 방안'의 일환으로 금융거래 약관을 심사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조항에 대해서 시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은행 873개, 저축은행 518개 등 총 1391개 약관을 심사해 20개 유형(총 129개 조항)에 대해 지난달 31일 금융위에 시정을 요청했다.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은 은행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게 해 고객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A은행의 청소년 대상 선불전자지급수단 이용약관에 따르면 "기타 앱(APP) 등을 통해 안내하는 사항을 위반한 경우 서비스의 전부 또는 일부 제한 가능"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B은행의 사업자 대상 거래개설 약관에는 "이용수수료 연체 시 별도 통보 없이 해당 서비스를 중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비대면·온라인·모바일 방식의 은행거래 약관에도 문제가 발견됐다. 해당 약관에는 은행이 고의·중과실인 경우에만 책임을 지도록 했는데,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전산시스템이나 인터넷에 장애가 생긴 경우에는 이를 은행의 경과실로 규정해 책임을 면제했다.

    C은행 전자채권담보대출약정서 약관에는 "은행의 전산장애 또는 인터넷 장애가 발생하는 등 은행의 고의 또는 중과실 없는 경우에는 손해는 본인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밖에 고객의 이의제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항이나, 고객의 예금을 은행에 대한 채무변제에 충당하기 위해 상계하는 경우 은행이 알아서 채무변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포괄적으로 부여한 조항도 있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시정조치를 받은 후, 3개월 쯤의 약관 개정 작업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요청을 통해 불공정 약관 다수가 시정돼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 및 중·소기업 등 금융거래 고객들의 불공정 약관으로 인한 피해가 예방되고 은행의 책임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