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태풍에도 양호한 수준"상생금융 압박 2금융권으로 내년 총선 앞두고 정치권도 가세"하반기 손해율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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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과 안정적 손해율 관리로 자동차보험료 인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폭우와 태풍으로 침수차 피해가 급증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장마와 태풍 피해도 발생하지 않아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잠정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보험손익은 5559억원으로, 2021년 이후 줄곧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전년 동기(6265억원)에 비해서는 11.3%(706억원) 감소했지만 2021년 상반기(4137억원)보다는 34.3%(1422억원) 많다. 이는 지급보험금 등 발생손해액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0%로 전년 대비 0.9%포인트(p) 상승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2019년 92.9%까지 올랐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코로나19 이후 사고율 하락에 따라 계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상반기 77.1%까지 떨어졌다.
설계사 수수료 등 사업비가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사업비율은 올 상반기 16.2%로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모두 고려한 합산비율은 94.2%로, 자동차보험을 팔면 팔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자동차보험 손익은 사고율 증가에 따른 지급보험금 증가와 보험료 인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하반기에도 손해율이 상반기와 같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합리적인 보험료 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보험금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70%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이 더 거세지는 상황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에도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요구했고 상반기 1.2~1.4% 보험료를 내린 이후 올해 2월에도 2% 가량 보험료를 내렸다. 올해는 장마와 태풍에 따른 비 피해를 가볍게 넘기면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구를 피하기가 어려워졌다.더욱이 최근 금융업계에는 상생금융 바람이 거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미 올해 초 주요 은행들을 찾아 상생금융에 나설 것을 독려했고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등의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이 원장의 상생금융 압박은 최근 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내년에는 국회의원선거(총선)도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의 보험료 인하 압박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라면 올해 안에 보험료 인하가 유력한 상황"이라면서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연말이 될수록 우상향하기 때문에 상반기 손해율만 보고 상황이 좋다고 판단하기는 섣부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