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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책임분담 기준안 마련에 착수한 금융당국이 재투자의 경우 과거 이익의 일부를 손실액에서 공제한 후 배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투자인 경우도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지만 가입자들은 낮은 배상 비율에, 은행권은 재가입자들에 대한 배상 자체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책임분담 기준안으로 거론하고 있는 내용에는 재투자자에게도 배상하고, 과거 이익을 배상금액에서 빼는 등 이해충돌하는 것들이 혼재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모럴해저드 문제를 강력하게 응징하는 성격이 담겨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 재투자도 배상 가닥…과거 이익 공제 논란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내 홍콩 ELS 판매사에 대한 2차 검사를 마치고 배상안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당국은 ELS에 여러번 투자를 했다가 홍콩 ELS에서 원금손실을 본 투자자에게도 손실을 배상하되, 과거에 벌었던 이익의 일부를 손실액에서 공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적합성 원칙’을 핵심 기준으로 배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적합성 원칙은 금융사가 파악한 투자자 특성(투자목적·재산상태·투자경험 등)에 적합하게 투자를 권유할 의무 또는 부적합한 투자 권유 금지를 말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재가입자들에 대한 배상 질문에 “‘믿고 가입하세요’ 이런식으로 넘어갔다면 오히려 또 다른 의미에서 금소법(금융소비자보호법) 원칙이 위배된 것”이라면서 “결국 소비자들의 전체 자산 규모와 라이프 사이클에 비추어 판매 담당자들이 내 일처럼 고민해줘야 한다는 것이 금소법의 정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이미 투자를 통해 이익을 경험한 투자자라면 ELS 상품의 손실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은행측의 주장도 고려해 과거 이익 공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증권사 창구나 온라인 판매 분은 배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가입자가 원금손실 가능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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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제공
    ◇ 결국 절충안…가입자‧은행권 모두 불만

    금융당국이 과거 이익을 공제하는 조건으로 재가입자에 대한 배상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피해자와 은행권 사이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은 그간 재투자자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 등 상품 이해도가 있기때문에 ‘자기 책임’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홍콩ELS는 사기성 상품이 아닌데다 90% 이상이 재투자자인 만큼 대다수는 불완전판매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내심 과거보다 낮은 배상비율을 기대해왔다.

    반면 가입자들은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면 손실 100%를 보상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 가입이든 재가입이든 불완전 판매만 확인하면 되는데 느닷없는 과거 이익공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지가 핵심인데, 기존 투자에서 이익 본 것을 공제한다는 게 합리성이 있는지 따져 봐야 할 문제”라면서 “지나간 것을 끌어 와 공제를 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은행 손실을 줄이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 ELS 배상 가이드라인, 후폭풍 불가피

    당국은 대규모 손실사태를 조기에 진정시키기 위해 배상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후폭풍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설 연휴 전 이복현 금감원장이 제시한 ‘자율배상’만 해도 은행권과 ELS피해자 양측에서 적지 않은 반발을 샀다. “합법과 불법을 넘어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차원이었지만, 최대 배상을 원하는 투자자와 최소 배상을 바라는 은행권 간 간극만 드러났다.

    홍콩H지수ELS피해자모임은 “증거와 민원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금감원장이 ELS판매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자율배상이라고 말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면서 지난 15일 감사원에 금융당국을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은행권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불완전판매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자율배상을 외면하고 있다. 소비자들과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여부를 법적 소송으로 다툴 때 은행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 배상 대상과 비율 등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도 있어 은행권과의 갈등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