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포털사 AI 인재 확보 신경전인재 영입 과정에서 업계간 갈등도 발생오픈AI 연봉 92만달러 제시… 글로벌 인재 확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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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간 인공지능(AI)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외부 전문가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업에서는 인력 유출을 우려하는 공문까지 보내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AI 책임자(CAIO)로 영입했다. 그는 앞서 SK플래닛 CTO, 11번가 대표이사 사장(CEO), SK텔레콤 CTO 등을 지냈다.이 CAIO는 1971년생 개발자 출신으로 SK텔레콤 AI사업단장을 지낸 인물이다. SK텔레콤 재직 당시 AI스피커 'NUGU(누구)' 개발을 주도한 인물로, AI사업을 관장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이다. 이 CAIO는 카카오의 AI 기술 및 서비스 개발 전반을 이끌게 된다.SK텔레콤은 AI 사업부를 '글로벌·AI 테크 사업부'와 'AI서비스 사업부'로 확대 개편했다. 이 자리에는 네이버 출신의 정석근 사업부장(CAGO)과 우아한형제들 출신의 김용훈 사업부장(CASO)이 지휘한다.KT도 AI 연구개발 조직 강화 차원에서 AI Tech Lab을 신설했다. 신설된 기술혁신부문장(CTO)에는 현대카드·커머셜을 거친 IT전문가인 오승필 부사장을 영입했다.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그룹장에는 삼성SDS 출신인 정우진 전무를 영입했다.LG유플러스 역시 SK플래닛 출신인 전병기 AI·Data사이언스그룹장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앞서 미국 이동통신사 AT&T 출신 데이터 전문가 황규별 전무를 최고데이터책임자(CDO)로 영입하기도 했다. 미디어 콘텐츠 분야 전문가인 이덕재 최고콘텐츠책임자(CCO)도 인재풀로 포함시켰다.AI 인재 영입 과정에서 업계 간 얼굴을 붉히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글로벌·AI 테크 사업부를 맡고 있는 정 사업부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네이버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총괄하던 최고전략책임자(CSO)였지만, SK텔레콤 미국 법인 대표로 돌연 이직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네이버클라우드는 SK텔레콤에게 'AI 핵심 인력을 빼가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이통3사가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ICT 기업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통신 이미지를 벗고 신산업의 핵심으로 AI를 낙점한 것. 때문에 이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영입해 미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이는 해외도 예외가 아니다. 챗GPT를 개발한 스타트업 오픈AI의 경우 AI 인재 영입에 평균 92만 5000달러(약 12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AI 인재 영입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라는 분석이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인력은 줄이는 대신 AI 인재 영입에 투자를 아끼고 있지 않다"며 "AI 전문 인재 수준이 향후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