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 시절 도입 주장 'GTX 아버지'로 불려"미국·일본·프랑스도 견학 오는 명품 교통수단"경사노위 활동 관련해선 첫째도 둘째도 '대화' 강조"마음에 안 든다고 박차고 나가 파업하고 드러누워선 안 돼"보수 전향에 대해선 "철의 장막 걷히고 참혹한 빈곤·불평등 목격"
  • ▲ 인터뷰하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뉴데일리DB
    ▲ 인터뷰하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뉴데일리DB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교통 혁명이 국경을 넘고 있다. 지금 프랑스도, 일본도, 미국에서도 이게 무슨 물건이냐며 견학을 온다. K-팝 이상으로 자랑스러운 K-GTX를 빨리 만들어서 완성합시다."

    지난 4일 GTX A노선 수서역에 마련된 GTX 홍보관에서 뉴데일리와 뉴데일리TV가 'GTX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문수 한국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요즘 가장 핫한 화제의 인물 중 한 명이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사노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고, 최근 수도권 출퇴근 혁명을 일으킬 GTX의 첫 주자인 A노선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하면서 GTX 주창자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GTX 개통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꿈을 꾸고 도전하면 어떤 일이라도 이뤄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GTX가 입증한다. GTX는 무려 17년 전인 2007년에 처음으로 구상됐다. 당시 김문수 도지사는 2017년 개통을 목표로 3개 노선 동시 착공을 추진했는데 반대가 많았다. 그때 기획대로 사업이 추진됐더라면 이미 7년 전에 GTX가 개통됐을 것이고, 현재와 같은 수도권 교통지옥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도입하자가 주창한 GTX에 대해 "세계 최고의 교통혁명이다. GTX는 A노선만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 인천으로, 또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충청도 전라도 모든 곳에, 더 나아가 전 세계 모든 분들에게 이 꿈의 교통혁명을 전파하자"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글로벌 도시 경쟁에 있어 속도전이 중요하다면서 GTX는 그 토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활동과 관련해선 대화를 거듭 강조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화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머리띠를 두르고 파업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고 성숙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간 갈등에 대해서도 대화로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경사노위 모델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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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GTX-A가 개통했다.

    "기분이 너무 좋다. 답답하던 제 마음이 뻥 뚫린 것 같다. 서울과 너무나 먼 교통지옥 경기도에 GTX가 20분 만에 동탄~수서를 연결했다. 교통혁명이 시작됐다. 이 혁명을 쭉 이어나가서 서울 경기도 모두 30분 내에 하나의 도시, 메트로폴리탄으로서 세계적인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 나가보자."

    -개통 첫날 이용객이 1만8949명, 애초 주말 예상수요(1만6788명)를 웃도는 수준이다. GTX 기획 배경은.

    "국민의 시간과 세금을 아껴드리는 게 공무원이 해야 할 2가지 제일 중요한 책임이다. 경기도는 너무너무 막혀서 경부고속도로가 아니라 경부주차장이었다. 어떻게 하면 고속도로가 될 수 있겠는가를 연구해 보라고 했는데, 당시 교통연구원 부원장 출신으로 도시계획 교통을 전공한 이한준 특별보좌관(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전문가 의견을 모아 가져왔던 해답이 일본처럼 2층 고속도로를 하자는 거였다. 그런데 (문제는) 공사 기간이 최소 4년 이상 걸린다는 거였다. 당시 (내) 임기가 4년밖에 없었는데 임기 내내 공사만 하고 더 막히는 상황이 올 수 있었다. 다음으로 나온 해법이 경부고속도로 옆에 제2경부고속도로를 하나 더 놓는 거였다. 그러려면 부지를 사들여야 하는데 소송이라도 걸리면 3년을 허송세월한다. 돈도 문제지만 너무 늦어진다는 게 문제였다. 고민 끝에 나온 게 바로 지하 40m 밑으로 깊이 들어가는 대심도 GTX였다. 그 밑에는 토지 보상도, 민원도 없고 TBM(Tunnel Boring Machine)이라는 좋은 기계가 나와있었다. 원통형 굴삭기가 땅속을 굴 모양으로 파 들어가며 터널을 만드는 방법으로, 두더지처럼 지하를 파들어가는 방식이다 보니 지상에 어떤 교통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공사 소음도, 먼지도 없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는 워낙 산이 많다 보니 이 공법에 대한 시공 실적이 제일 많다. 잘 뚫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지하 터널 파는 솜씨가 북한 땅굴보다 훨씬 앞서는 세계 1등의 기술을 갖고 있다. 세계에서 배우러 온다."

    -김동연 현 경기지사는 개통식에 불참했는데.

    "GTX는 경기도민의 행복이다. 도민의 행복을 느끼는 곳에는 도지사가 가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이다. 다른 일정이나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2010년 김문수 당시 지사가 GTX 3개 노선 동시 착공을 추진했던 일을 언급하며 "그때 기획대로 사업이 추진됐더라면 이미 7년 전에 GTX가 개통됐을 것이고 현재와 같은 수도권 교통지옥 또한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교통도, 도시의 발전도 속도가 있다. 서울과 도쿄, 북경 등 대도시권 간의 경쟁은 국가 경쟁의 대표 선수 격인데, 도시의 경쟁은 속도전이다. 속도전이라는 것은 생활의 속도도 있지만, 생활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공사 인프라의 속도전이 중요하다. 당시 모든 전문가들이 GTX 3개 노선의 동시 착공, 동시 개통이 가장 경제적이고 최적의 선택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 과정에서 늦어져서 제가 원래 구상했던 것보다 10년 이상 늦어졌다. 처음 GTX를 하자고 했을 때 반대가 많았다. 민주당은 쓸데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느냐며 반대했다. 서울시는 소음과 진동에 따른 민원, 교통 불편 등을 고려해야 했고, 2개 이상의 시도가 걸쳐 있는 국가철도 사업이다 보니 국토교통부가 도장을 찍어줘야만 공사할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4대 강 사업이라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도 있어 역량을 분산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 인천시만 송도신도시 아파트 미분양 등의 해법으로 사업에 찬성했었다."

    -도지사 시절 '초광역'을 주장하며 서울·경기·인천을 하나로 묶는 '대수도론'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화두를 던진 '메가 서울'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세계의 모든 도시가 메가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서울·경기·인천을 합치면 인구가 2500만 명쯤인데 도쿄나 베이징 상하이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범위와 크기, 인구가 국제적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체급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수도권을 하나의 경제권과 생활권으로 묶어야 한다. 지금은 플라이급이 헤비급과 경쟁하는 셈이다. 그때 저는 수도권을 메가시티로 만들어서 도쿄나 베이징 상하이하고 경쟁할 정도로 키우면 이 효과가 대한민국 전체에 미친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기도가 커진다는 것에 대해 제가 아주 미운 털이 많이 박혔다. 예를 들어 제가 평택과 파주에 삼성 반도체와 LG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대규모로 조성했는데 구미 것을 뺏어갔다는 식이었다. 경기도가 커지면 지방 것을 뺏어간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이건 제로섬이 아니고 포지티브섬이다. 경기도가 큰다는 것은 일본, 미국, 중국 것을 가져와서 커지는 거다.
  • ▲ 지난 2월6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13차 본위원회에서 김문수 위원장이 노사정 대표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2월6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13차 본위원회에서 김문수 위원장이 노사정 대표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사노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4일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 예정이었는데 연기됐다. 특위 구성·출범의 의미는.

    "경사노위에는 노사 대표와 정부 대표가 모이는 장관급 본회의가 있고 그 밑에 특위가 있다. 특위는 기술의 변화에 따른 노동법 개정 방향, 저출산·고령화 문제, 일과 가정의 양립,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루게 되는데 여러 가지 일정이 안 맞아서 좀 연기됐다. 공익위원 선정 과정 등과 맞물려서 언제 할지는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아마 좀 더 조정을 해야 할 거 같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 논의할 주제가 녹록잖다. 특위 성공의 열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경사노위는 전쟁 중에도 대화를 한다. 총을 쏘면서도 협상을 한다. 그게 바로 사회적 대화의 모델이다. 서로 대화해야 한다. 머리띠 매고 드러눕고 파업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지금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 진료 거부 사태도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자고 하는데 정원을 늘리지 마세요 라고 하면 될 것을 의사들이 병원에서 환자를 안 보겠다 하고 나가버린다. 그럼 환자가 피해를 본다. 적어도 10년 뒤에야 의사가 현장에 나오는데 10년 뒤의 일 때문에 현재 환자를 외면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서로 대화하면서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해서 문제를 풀자는 게 경사노위 모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노동조합이 있는 데가 13%, 없는 데가 87%다. 대기업 등 노조가 있는 데는 괜찮다. 하지만 영세자영업자들, 프리랜서들 이런 사람들은 노조도 없고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고 있다. 방치돼 있고 13대 88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보통 목소리 큰 13%의 파업 등이 클로즈업되고 관심도 많은데 목소리 작은 다수의 의견도 중요하다. 대화가 필요하고, 언론의 역할도 크다."

    -특위 위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특위 위원들 전부 훌륭한 분들이다. 힘이 들더라도 절대 뛰쳐나가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처럼 마음에 안 맞으니까 안 하겠다 이게 아니라 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우리 사회 전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대화 안 하고 갈등하는 것보다는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경사노위에 멋있는 테이블이 있다. 여기에 오셔서 대화로 문제를 풀자. 노조가 머리띠 매고 파업하고 길거리에 드러눕고 이런 식은 선진국에서 하는 건 아니다."

    -최저임금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주52시간제를 밀어붙이면서 웨이지(임금)플레이션을 불렀다는 지적도 없잖다.

    "최저임금을 경사노위가 말할 건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서 적절한 선에서 잘 조정되기를 바란다. (역시 심의과정에서) 인내가 필요하다. 대화하다가 뛰쳐나가는 수가 많은데 뛰쳐나가면 어디로 가겠나. 우리의 (나쁜) 문화다. 대화를 하다 뛰쳐나가고 파업을 한다, 농성을 한다, 머리띠를 매고 드러눕는다.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될 거로 본다."

    -올해도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이 논란이 될 듯하다.

    "차등 지급해야 할 이유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에 관해 특히 평등주의다. 가령 산골 지역이라고,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최저임금을 적게 준다면 가뜩이나 어려운데 왜 적게 주냐고 할거다. 이게 굉장히 어렵다. 이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우리 사회의 노사 문화, 합의 수준이 끝까지 못 갈 거로 본다.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

    -노조위원장(전국금속노동조합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출신 노동운동가의 전설에서 보수로 전향 정치인이 된 사연이 궁금하다.

    "서울대학교 들어갔을 때 마르크스 레닌주의 교수들에게 포섭돼 데모를 하다 마르크스 레닌 공부를 했다. 노동자 계급이 비참하게 사니까 우리가 노동자를 조직해서 폭동을 일으켜 소비에트 소련 같은 공산혁명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노조하다 감옥 갔다 하는 중에 소련이 망했다. 철의 장막이 걷히고 난 다음에 소련 내부를 들여다 보니까 형편없는 사회였다. 우리는 소련을 한 번도 못 가봐서 소련이 굉장히 유토피아인 줄 알았다. 
    중국 공산당도 마찬가지였다. 훌륭한 나라, 평등의 나라, 희망의 나라라고 했는데 죽의 장막이 걷힌 다음에 막상 가보면 화장실에 문짝도 없었다. 당시 아내가 중국에서 호텔 밖으로 외출을 잘 못할 정도였다. 이게 그 당시 공산국가의 현실이었다. 추악한 빈곤과 불평등의 현실을 알고부터 이건 아니다 싶었다. 결국 미국 일본 유럽식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바뀐 거다. 혁명을 포기한 것 아니냐, 변절자다 비판이 있었고 아직도 그렇다. 저를 비판하는 운동권 사람들 상당수가 북한은 우리 형제 국가고 반미 반일을 말하는데 이 사람들 아직도 안 바뀌었다. 쉽게 비유하자면 저는 담배가 나쁘다는 걸 확실히 알았고, 끊었다. 그런데 담배가 나쁜 걸 알면서도 뭐가 나빠 스트레스 해소에 좋아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 누군가는 나쁜 건 알지만, 그래도 피워야 되겠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이 사상을 바꾸는 것은 담배 끊는 것보다 더 어렵다. 연옥의 고통을 거치지 않으면 사상을 바꿀 수 없다. 감옥 안에서 소비에트가 붕괴되는 걸 봤고, 고르바초프의 당대회 보고문을 읽었는데 공산당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더라. 완전히 멘붕(정신적 공황)이 왔다."

    -정치 입문 전에 택시기사를 했다. 김문수에게 대중교통이란 어떤 의미인가.

    "대중교통은 경기도민들이 제일 이용을 많이 한다. 지사 시절 저는 교통지사였다. 경기도는 아직도 영화관 없는 데가 많다. 과천도 영화관이 없고 북쪽 연천에도 영화관이 없다. 이곳 사람들은 서울에 와야 영화를 볼 거 아닌가. 교통은 곧 가장 기초적인 생활이다. 이를 개선하는 게 도지사의 첫 번째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교통 덕후라서 그런 게 아니고 이것이 숨쉬는 공기와 같이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좀 좋아졌는데 속도가 너무 늦다."

    -2010년 에세이 '어디로 모실까요-나는 경기도의 택시운전사' 머리말에서 '대통령도 이런 '쇼'는 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어떤 의미인가.

    "주중에는 일을 하고 쉬는 날에는 골프 치는 대신에 택시 기사를 한다. 경기도가 31개 시·군이 있는데 일주일에 한 군데씩 간다치면 31주가 걸린다. 1년 내내 해야 한 바퀴 돌까 말까 하다. 연천 최고 전방 같은 데는 군부대가 많은데 아무리 내비게이션을 찍어도 안 나온다. 면회 가는 사람이나 택시 기사가 모르면 못 모셔다 드린다. 이런 곳이 경기도에 수두룩하다. 저도 택시기사 하기 전에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 혹자는 쇼라고 하지만, 그런 쇼는 해보라는 것이다."

    -혹자는 문재인 정부 5년간이 '내로남불쇼'라고 한다. 야당에선 윤석열 정부가 올해 한 민생토론회 역시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애초 계획보다 대폭 늘어난 민생토론회를 어떻게 보셨나.

    "대통령께서 더 자주 더 낮은 곳으로 더 깊이 그래서 더 뜨겁게 우리 국민들을 만나시면 좋겠다. 대통령께 그렇게 말씀드린다. 대통령이 그렇게 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