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속세율 최고 60%, 세계 1위 … 정부·여당, 세율인하 총선 공약 제시민주당, '부의 세습' 프레임 여전 … 개미투자자 독박 쓸 금투세 폐지도 불투명투자 활성화 위해 세계는 법인세 인하 경쟁 … 野 "최고세율 적용 기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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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속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기업 친화적 정책에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반대로 야당은 선거 기간 제시한 각종 현금성 지원 공약을 위해 재정 지출을 압박하고 이를 위해 기업·투자자 등에게 더 높은 과세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세금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우리나라의 조세경쟁력 지수는 가파르게 떨어지는 중이다. 미국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 분석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조세경쟁력 지수(ITCI) 순위는 지난 2014년 14위에서 지난해 23위로 9년 새 아홉 단계나 떨어졌다. 산술적으로 매년 한 순위씩 뒷걸음질 쳤다는 얘기다.특히 상속세를 포함하는 재산세는 같은 기간 24위에서 32위로, 법인세는 13위에서 26위로 밀려 조세경쟁력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상속세로 어려움 겪는 기업 속출 … 한미약품·한샘 등 경영권 갈등 및 위협우리나라 상속세는 최고세율 50%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한국은 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가산 세금을 물리고 있어 최고 60%의 상속세율을 적용 받는다. 사실상 일본을 제치고 OECD 회원국 중 1위다.윤석열 정부는 국내 상속세 부담이 해외에 비해 과도하다는 인식 하에 개편 의지를 보여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소액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오르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어야 된다"며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상속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전자 지분 524만7140주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재원 마련 차원이다. 이 사장은 올 1월에도 삼성전자(240만 주)와 삼성물산(120만 주), 삼성SDS(151만 주) 등 계열사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총 5586억 원을 마련했다. 세금 납부를 위해 보유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사장을 비롯해 삼성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 규모는 12조 원에 달한다.
기술 수출 8조원 신화를 썼던 한미약품 사례도 있다. 2020년 8월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송영숙 회장과 3명의 자녀는 상속받은 주식 1조원에 대해 상속세로 5400억원을 납부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송 회장과 장녀는 상속세 부담에 OCI와 통합을 추진했지만, 장남과 차남 등이 이에 반발하면서 경영권 갈등으로까지 번졌다.그 외에도 한샘, 락앤락, 농우바이오 등도 상속세 부담을 우려해 대주주가 아예 승계를 포기하거나 해외 사모펀드에 기업을 넘겼다. '상속세 리스크'가 기업의 경영권마저 위협하는 상황인 셈이다.상속을 염두에 둔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부담으로 여기는 탓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한국 기업은 상속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장기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공식처럼 되고 있다.2012년 4조원 규모이던 상속세 징수액은 2021년 15조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과중한 상속세는 소득재분배 정책효과보다는 기업 투자와 개인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는 게 재계 설명이다.지난달 28일 딜사이트 주최로 열린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주주행동주의의 명암' 기업지배구조 포럼에서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세 세율을 40% 이하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김 교수는 "기업 오너들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고 투자와 경영을 대충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높은 상속세로 인해 기업 오너들이 사회적인 처벌을 받았고,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 다양한 편법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높은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경영의지는 물론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킨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 협회 회원사 대표 7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역업계 가업승계 관련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55%가 가업승계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가업승계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상속세, 증여세 등 조세 부담을 꼽은 응답자가 40.2%로 가장 많았다.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 인하를 내걸었다.
그러나 상속세 인하를 부의 대물림으로 인식하는 민주당이 국회 내 압도적인 과반 의석 수를 확보하면서 상속세율 인하와 세율 구간 단순화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커졌다.◇투자 의욕 떨어뜨리는 금투세 … "소액 투자자 독박 과세로 귀결될 우려"민주당이 거대 야당이 되면서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계획도 불투명해졌다.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투자를 통한 수익이 연 5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해 당초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정치권 이견을 좁히지 못해 2025년 초로 유예된 상태다.금투세는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불러오며, 이로 인해 위축된 투자심리는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 금투세 도입 이후 '큰손'들이 빠져나가 '개미'(소액 투자자)들에게만 과다한 과세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증시 개장식에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를 민생토론회에서 공식화했다. 하지만 야당은 내년부터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태도다.김병환 기재부 차관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상당수의 소액 투자자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그것 자체가 우리 주식 시장에 불확실성과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지난해 '국민이 세금을 고발한다' 토론회에서 "금투세 강행은 개인 투자자 독박 과세로 귀결돼 국민에게만 해로운 악법 세제 개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법인세 감세로 '기업 숨 트이기' 나선 정부 vs 최고세율 적용 대상 확대로 기업 옥죄는 野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차원에서 마련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정부는 기업이 자사주 소각 시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줄여주거나 기업의 전기 대비 배당 증가분에 대해 세액을 공제하는 등의 세제 지원 방안을 검토해 왔다.경제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지방세 포함)로 OECD 평균인 21%보다 월등히 높다.그러나 야당은 부자 감세 프레임에,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법인세율 인하에 반대하고 있어 이같은 '기업 숨 트이기' 정책은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오히려 야당은 법인세율 과세표준 구간 변경을 통해 최고세율을 적용 받는 기업 수를 확대해 부족한 세수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현행 과세표준액이 3000억원을 넘는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과세표준액 200억원 초과 기업까지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연간 3조4000억원의 추가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이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업을 때리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이 서민"이라며 "세금을 인하해 줬는데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니 도로 세금을 올리자는 것은 유아적이고 단세포적인 발상이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명박(MB)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겸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은 최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감세는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는 법인세와 상속세, 부동산세 부담이 선진국 평균보다 높고 세율 구간도 지나친 다단계 누진구조라 경제활동 유인을 억제하고 자원 배분의 왜곡도 초래한다"며 "특히 법인세는 최고세율 인하는 물론 세율 구간을 간소화해야 한다. 인력·자본·기술의 글로벌 이동이 손쉬운 상황에서 우리만 대세를 거스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