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총선 끝나자마자 1인당 25만원 현금 지원책 발표 … 포퓰리즘 노골화양곡법·횡재세도 재추진 공산 커 … 尹 "무분별한 현금지원 정치적 집단·전체주의"野 "거부권 행사에 헌법 개정 필요" … 재의요구권마저 무력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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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며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전체주의와 상통하고 마약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는 사전 배포 자료에는 없던 내용으로, 총선 패배 후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건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같은 인기 영합 정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승자의 오만함일까.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발언 바로 하루 뒤인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공약이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공식 제안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문재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과 유사한 형태의 현금성 보조정책이다.현금 살포 뿐 아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양곡관리법·민생회복지원금·횡재세 등 각종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재차 강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4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증가하거나 쌀값이 5~8% 떨어지면 정부가 과잉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윤 대통령은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과잉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국가가 사들이면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오히려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길 수 있어 결과적으로 농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그러나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한 달여 앞두고 마지막 스퍼트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첫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수정·개정안과 농산물 가격 안정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한우산업지원법 등 5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이들 법안은 지난 2월 민주당 주도로 상임위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에 회부된 법률이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위원회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는데, 민주당은 이를 악용해 의석 수로 포퓰리즘 법안을 밀어붙여 왔다.여야 간 견해차가 큰 법안은 농산물 가격 안정법이다.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직전 5년의 평균 가격 등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을 정부가 일부 메워주는 내용을 담았다. 쌀값 하락 시 정부가 이를 보전해 주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이란성 쌍둥이 같은 법안인 셈이다. 여당은 5대 채소에만 제한적으로 가격안정제를 시행해도 연간 총 1조2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이재명 대표가 다시 언급한 '민생회복지원금'도 대표적인 선심성 정책으로 꼽힌다.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민생회복지원금으로 1인당 25만원, 가구 평균 100만원의 지역화폐 지급을 제안했다. 공식 공약집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가계 소득을 늘려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약 13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이 대표는 재원 조달 방법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지출 재조정 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횡재세 입법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과세 형평성'에 논란을 빚고 있다.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정유사와 은행이 일정 기준을 초과한 수익을 거둘 경우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횡재세'를 추진한 바 있다. "(기업·은행 등의 수익 초과분에 세금을 물려) 고통받는 서민들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이 설명하는 횡재세 도입 목적이다.그러나 횡재세 도입은 이중과세로 인한 위헌 소지가 있어 논란이 있다. 대다수 국내 경제학자도 횡재세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이다.지난해 12월 한국경제학회는 학회 패널위원 4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제학자 10명 중 8명(69%)은 '횡재세가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공정성을 실현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횡재세가 과세 형평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횡재세가 조세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중복과세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는 90%가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이밖에 민주당은 만 18세 미만까지 아동수당을 월 20만원씩 지급하고 신혼부부에게는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의 대출도 열어주는 저출산 공약도 제시했다.역세권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지어 무주택자에게 나눠주자는 기본주택, 모든 성인에게 1000만 원의 대출을 의무화하자는 기본대출제도 등 이 대표가 주장하는 이른바 '기본 시리즈'도 모두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에 해당한다. 이 대표의 경제 정책과 비전은 한결같다. 미래 먹을거리 첨단산업 육성이나 수출 활성화,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 혁파 등이 아니라 오로지 현금을 살포해서 문제를 풀자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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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정당한 거부권 행사도 정쟁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적잖다는 점이다. 심지어 민주당은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며 공세를 펴는 실정이다. 추미애 민주당 경기 하남갑 당선인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앞선 9일 "범야권에서 200석을 얻을 경우 첫 번째 할 일은 윤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거부권이 행사된 법률안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나라를 위기로 몰고가는 포퓰리즘은 경계해야 하며 그런 측면에서 거부권 행사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민주당은 계속된 포퓰리즘 정책을 발의하면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고 있다"며 "국민이 현 정부를 '불통' 이미지로 생각하게끔 만들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민주당의 전략은 이번 총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의 포퓰리즘 정책 발의는 이어질 것"이라면서 "정부와 여당은 이에 흔들리지 않고 똘똘 뭉쳐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어느 국민이 포퓰리즘, 공짜를 싫어하겠느냐"면서 "민주당은 그동안 '표(票)퓰리즘' 정책으로 지지기반을 넓혀온 만큼 민주당에 멈춰달라고 요구한다고 들어줄리 없다. 결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이 포퓰리즘 정책으로 파산의 길을 걸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해서 (그리스 등이) 그런 처지가 됐는지, 상황들을 국민 눈높이에서 잘 설명하고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