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시작으로 타부처 공무직, 공무원, 민간 근로자까지 확대 전망국민연금 수령 연령 상향으로 '정년연장' 요구 목소리 높아져 탄력
  • ▲ 노인 구직자들이 4일 오후 오전 서울 마포구청 로비에서 열린 2020년 마포구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찾아 안내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 노인 구직자들이 4일 오후 오전 서울 마포구청 로비에서 열린 2020년 마포구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찾아 안내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들의 정년이 최대 65세까지 연장된다. 그동안 공무원과 근로자의 법률적 정년이 60세였던만큼 행안부 공무직의 정년 연장을 계기로 전반적인 정년 확대 논의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행안부에 따르면 공무직 정년이 최대 65세까지 연장되는 내용이 담긴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규정'이 지난 14일부터 시행됐다.

    공무직은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무기계약 근로자로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다.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 등 전국 정부청사에서 환경 미화와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대부분으로, 현재 2300여명이 이에 해당한다.

    그간 행안부 공무직 정년은 현행법상 공무원(일반직 기준) 정년과 같은 60세였다. 그러나 개정안은 정년을 맞은 해에 별도의 심사를 통해 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로 정년이 연장된다.

    행안부 공무직의 정년연장으로 다른 부처의 공무직을 포함해 정부 산하 공공기관, 공무원, 종국적으로 민간기업 근로자의 정년연장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조직과 정원 관리를 주무하는 부처가 행안부인 만큼 타 부처로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 안팎에선 공무직뿐만 아니라 정부 산하기관 근로자, 민간기업 근로자까지 확산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65세로 연장되면서 60세 정년퇴직 후 64세까지 연금을 납부하려면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 정년연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 "65세 정년연장, 공무원·민간기업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 높아"

    국민연금 수급연령 상향에 따라 60세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세계 주요국 중 정년을 두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이고 부작용도 많은 만큼 심층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나라 노동구조가 대기업과 정규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정년만 강제로 연장하면 혜택이 이들에게 집중되고 비정규직은 혜택을 보지 못할 여지가 크고, 청년들은 오히려 고용 감소를 겪는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온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60세 정년 의무화가 청년 및 장년 고용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60세 정년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이후 청년 고용이 16.6%가량 줄었다.

    정부도 정년연장이 세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월 인사청문회 당시 "청년층이 대기업·공공기관을 선호하는 점에서 정년연장은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청년층 일자리와의 관계를 고려하고 노사가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공무원 정년을 늘리려면 법을 고쳐야 하지만, 공무직은 규정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정년연장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이미 법관 등 일부 공무원과 대학교수 등은 65세 정년을 적용받고 있고, 타직렬 공무원도 정년 논의가 거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공무직 정년연장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무원·공공기관 등의 정년도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며 "종국적으로는 일반 근로자들까지 (정년연장을) 공론화하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고용부는 "(행안부 공무직 정년 연장은) 정부 정책과제 차원에서 추진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조치가 행안부 자체 결정에 따른 것이라면,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으로 당장 파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 노동계 "정년연장 환영"… 경영계 "재고용 포함한 계속고용 조성해야"

    60세 이후에도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자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할지, 아니면 각 사업장 사정에 맞게 계속고용 방식을 쓸지 정년을 연장하는 방법론을 놓고는 노사 의견이 갈린다. 

    노동계는 소득을 유지하면서 법정 정년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계속고용 제도에 무게를 둔다. 

    우선 노동계는 정년연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은 "국민연금 수급시기까지 소득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정년연장만이 해결책"이라며 "행안부 공무직뿐만 아니라 다른 공무원, 일반 기업까지 정년연장이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 측의 주장은 정년연장이 기득권층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로 변질될 수 있고 획일적인 정년 연장은 부작용이 많을거란 지적이 잇따른다. 

    임영태 한국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고령자의 정년을 법에서 일률로 연장하는 방식은 채용 여력이 있고, 고용 안정성과 근로조건이 양호한 공공 대기업, 정규직 부분에만 혜택을 집중시킨다"며 "실질적으로 고령자의 계속근로가 노사 모두에게 매력적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임 본부장은 "업종과 사업장마다 상이한 상황을 고려해 일률적인 법정 정년연장보다는 임금체계 개편, 고용유연성 강화 등으로 재고용을 포함한 계속고용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며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