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000억원 이상 PG사, 최대 500억 추가 부담카드사 "협상 진행 중 … 수수료 인상 확정 아냐"수수료 개편 후 카드사 순이익 2400억원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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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손실을 둘러싸고 카드사와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계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수수료율 조정을 추진하는 반면, PG업계는 일방적 통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가 비용 부담을 PG사에 전가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PG업계 "일방적 수수료 인상 통보" 반발 … 카드사 "불가피한 조정"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대상은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PG사다. 지난해 발표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에 따라 매출 30억~1000억원 규모의 일반 가맹점은 향후 3년간 수수료율이 동결되면서 카드사가 조정할 수 있는 대상이 1000억원 이상의 일반 가맹점과 PG사로 한정된 상황이다.

    PG협회는 이번 수수료율 인상으로 전업 PG사 9개 회원사가 최대 5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드사가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한 뒤 그 부담을 PG사에 전가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PG협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카드사가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보다 더 큰 폭으로 PG사들에게 PG 수수료 인상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나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PG업계는 카드사가 ‘적격비용 제도개선 TF’에서 상생을 위한 제도 개선을 논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부담을 PG사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면, 그 부담이 결국 PG사에 전가된다"며 "수수료 인상 시 세부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PG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매년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통보해왔으며 수수료율 상한선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고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 높이게 되면 결국엔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단계이며, 모든 카드사가 PG사에 대한 수수료 인상을 결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본업 힘 잃는다 … 신용판매 수익성 '악화'

    카드업계의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반복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2012년 적격비용 산정제도 도입 이후 다섯 번째 수수료 인하로, 영세·중소 가맹점의 연간 수수료 부담을 약 3000억원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주요 수익원 감소가 불가피하며, 이에 따라 카드업계의 순이익이 약 24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의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2.1%에서 2023년 38.5%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2019년부터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우대 수수료 적용 대상이 확대된 데 이어 올해는 연매출 10억~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 0.05%p 추가 인하와 더불어 매출 30억~1000억원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도 향후 3년간 동결됐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신용판매 부문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각 카드사의 수익이 213억~499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카드 499억원 △KB국민카드 427억원 △현대카드 422억원 가량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소비자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연회비 인상,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 등의 방안을 검토할 수 있으며,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대출상품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사와 PG사는 상호 협력해야 하는 관계인 만큼 양측이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카드사 역시 수수료 개편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조정에 대한 논의를 원활히 진행하고 당국에 제도 개선을 공동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