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 한 달 새 52% 급락, AI 반도체 랠리 첫 균열美 반도체주·아시아 기술주 동반 급락 … 투자심리 급속 냉각월요일 국내 증시 시험대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변동성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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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메모리 반도체 대장주 키옥시아의 주가가 한 달 만에 반토막 나면서 국내 반도체주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제헌절 휴장으로 국내 증시가 충격을 비켜간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월요일 개장 직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증시에서 키옥시아홀딩스는 장중 가격제한폭 하단인 5만 2110엔까지 떨어졌다. 전 거래일보다 1만엔, 16.1% 급락한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11만 2700엔과 비교하면 낙폭은 52%에 달한다. 올해 들어 600% 넘게 뛰며 한때 일본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최근에는 5위까지 밀려났다. 고점 이후 증발한 시가총액만 약 30조엔, 우리 돈으로 274조원에 이른다.

    충격은 키옥시아에 그치지 않았다. 어드반테스트와 도쿄일렉트론은 각각 11%, 9% 넘게 하락했고 소프트뱅크그룹도 10% 안팎 밀렸다. 이들 종목의 급락으로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4% 이상 떨어졌다. 대만 가권지수도 4.46% 하락했고 TSMC는 3.64% 내렸다.

    직접적인 악재는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 배심원단의 특허 침해 평결이다. 키옥시아는 미국 통신기업 비아샛에 2억 2900만달러를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개별 소송보다 AI 반도체 전반에 누적된 고평가 부담이 매도세를 키운 핵심 원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TSMC와 ASML이 양호한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가 밀린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TSMC가 연간 설비투자 전망을 기존 520억~560억달러에서 600억~640억달러로 높이자 투자자들은 호실적보다 대규모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지를 따지기 시작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증설과 상장 가능성도 향후 공급과 수급 부담을 키우는 변수로 떠올랐다.

    나미오카 히로시 T&D자산운용 수석 시장전략가는 "TSMC나 ASML 실적은 호조였다. 그럼에도 시장의 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단기 실적이 나쁘다기보다 주가에 반영된 기대 수준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의미다.

    미국 증시에서도 반도체 매도세는 이미 시작됐다. 반에크 반도체 ETF가 4% 가까이 하락한 가운데 마이크론과 AMD, 브로드컴이 각각 5% 넘게 밀렸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도 약 13% 급락했다. 국내 증시가 휴장한 사이 해외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월요일 주가를 미리 시험한 셈이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 자금이 대거 몰려 있다. 개장 직후 반도체주가 하락할 경우 현물 매도에 레버리지 상품의 일일 리밸런싱까지 겹쳐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전의 계기는 다음 주 미국 빅테크 실적이다. 오는 22일 알파벳, 23일 인텔, 29일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가 차례로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이 AI 설비투자 규모와 수익성 전망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이번 조정이 단기 차익실현에 그칠지, 반도체 랠리의 변곡점으로 이어질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