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 볼트 등 파생상품도 관세 적용대상 돼무관세 쿼터제 폐지로 경쟁력 시험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회 삼아야"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모든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 부과가 12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한국산 제품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관세다. 매년 263만톤까지 무관세 쿼터 적용을 받던 한국산 철강도 무한 경쟁 체제에 놓이게 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는 철강·알루미늄 제품 외에도 볼트·너트, 스프링 등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까지 총 166개가 포함됐다. 다만 범퍼·차체·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및 항공기 부품 등 잔여 87개 품목은 일단 이번 관세 대상에서 빠졌다. 추후 철강·알루미늄 함량 가치를 기준으로 25%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미국의 '관세 25%' 조치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관세 조치로 국내 철강업계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강관업체의 수익 구조 약화가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익수 한신평 연구원은 "철강을 소재로 한 주요 수요 산업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쳐 직간접적으로 철강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한국 철강의 3대 철강 시장이라는 점에서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인 2018년부터 대미 수출량을 연 268만톤의 수출 쿼터 안에서 면세 혜택을 받아왔다. 한국산 알루미늄은 10% 관세가 적용됐다. 

    이번 조치로 모든 국가에 무관세가 적용되면서 한국 철강은 미국 시장을 놓고 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반면 관세장벽으로 US스틸 등 미국 현지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미국업체와의 경쟁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또 동남아 철강 제품은 가격경쟁력에서 앞서고 일본제철의 US스틸 지분 투자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 등도 부담 요인이다. 

    더욱이 문제는 미국은 일본, 인도 다음의 비중을 차지하는 3대 수출 시장이라는 점이다. 철강업계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액 비중은 13.1%에 달한다. 또 지난해 한국 기업이 미국으로 수출한 철강 및 철강제품은 48억3100만달러다. 미국 철강 협회 기준 지난해 미국내 한국산 철강 점유율은 9.7%로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에 이은 상위권이다. 

    이에 국내 철강업체는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미 현지 생산 거점 건설도 검토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생산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지만 최대 10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실적이 크게 악화한 현 상황에서 부담이다. 

    포스코도 미국 현지에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인 '상공정'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나 막대한 재원 투입 대비 충분한 채산성을 갖출지는 뚜렷하지 않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 요인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트럼프 2기 임기 초반에 LNG 생산능력을 60% 확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철강 기자재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향 강관 수출은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2위와 3위를 차지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미국 정부의 25% 보편관세가 유예되지 않으면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는 보편관세까지 더해져 50%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도 기회요인으로 꼽힌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캐나다와 멕시코 국가 대상 50%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25% 관세가 적용되지만 쿼터제가 폐지되는 한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 추진하는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로 미국 내 철강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LNG 플랜트용 특수강 개발과 공급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1기 때 철강 쿼터제를 했음에도 무관세 쿼터 물량이 많이 들어와 오히려 미국산이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쿼터 대신 관세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국내 철강 업체 입장에서는 US스틸 등 미국 내 생산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불리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장 원장은 "현재 미국 내 투자가 늘어나 철강 수요를 미국 내 생산기업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 수입 철강 물량 대부분이 무관세 쿼터였는데 모두 관세 전환이 됐기 때문에 다 같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회로 삼고 강점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