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는 속도전은 껍데기뿐인 이전에 그칠 것""부산 이전 필요하다면 전략적 기능부터 보내라""해수부 고립돼 해양정책 구심점 함께 흔들릴 것""정부, 공론에 장에 나와 목소리 들어달라" 요청
  • ▲ 해양수산부 공무원노동조합이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 게시한 '해수부 이전 반대' 현수막.ⓒ뉴데일리
    ▲ 해양수산부 공무원노동조합이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 게시한 '해수부 이전 반대' 현수막.ⓒ뉴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의 연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완료 지시를 놓고 해양수산부 공무원노동조합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에 대화를 촉구했다.

    노조는 26일 성명서를 내고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해수부 본부의 전면적 부산 이전 계획과 그 일방적이고 무리한 절차에 대해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국민과 직원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속도와 형식만이 앞세워졌다"며 "인천, 충청, 호남 등 우리 바다와 직결된 다른 지역의 목소리도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양수도'라는 비전을 진정으로 실현하려면 명확한 정책 로드맵, 실행 가능한 예산, 정책을 뒷받침할 인력과 기능이 먼저 준비돼야 한다"며 "지금 정부는 이 모든 준비 없이 '일단 신속하게 이전하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 방식으로는 껍데기뿐인 이전, 형식적인 이전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작심 비판에 나섰다. 

    노조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북극항로 개척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정책이 변경되거나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을 고스란히 일선 공무원이 지게 되는 현실도 꼬집었다. 

    노조는 "공무원은 국가의 명령에 따르나 그 명령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잃었을 때 그 모든 책임은 결국 일선 공무원에게 돌아온다"며 "정치는 방향을 제시하고 공무원은 방향을 실현한다. 그러나 그 길이 무책임하고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건가"라고 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이 가족 전체 삶에 미치는 파장도 우려했다. 노조는 "이제 세종에 겨우 정착하고 아이들 학교에 익숙해질 무렵, 다시 이사하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라며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계약직과 공무직은 이전조차 어려운데 이들에게는 정든 직장을 포기하라는 의미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조는 필요하다면 전략적 기능부터 보내는 대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해양수도 건설 추진단', '북극항로 추진 TF'부터 부산에 기반을 다지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도 추진에 필요한 핵심인력을 부산에 먼저 보내고 이후 구체적인 로드맵과 정주여건을 검토한 뒤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방법은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도 해수부 부산 이전을 검토했다 철회했던 사례를 들어 정책 효율성 저하, 협업 단절, 국민 접근성 저하 등이 발생할 우려를 표했다. 노조는 "세종은 향후 국회 대응과 예산·법령 조정의 중심이 될 것인데 해수부가 고립된다면 해양정책의 구심점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며 "해수부는 특정 지역을 위한 부처가 아니며, 만약 부울경 집행기구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국가행정 체계 전면 개편이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공론의 장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한 채 방송으로 우리 인생의 방향을 확인하는 이 방식은 너무 가혹하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공론의 장,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