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2020년3월 이후 최대 낙폭브로드컴 실망·고용 호조·금리 우려에 AI주 동반 급락8일 국내 증시 개장 앞두고 외국인 수급 변동성 촉각
  •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연합뉴스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연합뉴스
    미국 반도체주가 하루 만에 10% 넘게 무너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단기 조정 압력에 놓였다. 

    브로드컴의 AI(인공지능) 반도체 성장세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미국 고용지표 호조로 금리 인상 우려까지 되살아나면서 고평가 기술주 전반에서 매물이 쏟아졌다. 

    올해 AI 메모리 랠리를 타고 급등한 국내 반도체주도 오는 8일 개장과 함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5일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3% 급락했다. 코로나19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미국 상장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1조3000억달러, 원화 기준 약 2026조원 증발했다.

    매도세는 AI 반도체 대표주 전반으로 확산됐다. AI 인프라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약 6%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3000억달러 이상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주인 마이크론은 13% 급락했고, AMD도 약 11% 밀렸다. 마벨테크놀로지와 인텔, 샌디스크, 웨스턴디지털 등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AI 반도체 랠리를 이끌던 종목들이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이번 급락의 1차 충격은 브로드컴에서 시작됐다. 브로드컴은 맞춤형 AI 반도체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은 AI 칩 수요가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급락한 데 이어 5일에도 약세를 이어가며 이틀간 큰 폭으로 밀렸다.

    브로드컴 충격은 한 종목의 실망에 그치지 않았다. AI 서버 투자 확대를 근거로 반도체주가 단기간 급등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성장 스토리는 유지되더라도, 주가가 이미 미래 실적을 과도하게 반영했다는 경계심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미국 고용지표 호조가 금리 부담을 키웠다. 5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는 17만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금리선물시장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높게 반영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자 미래 성장성을 선반영해 급등했던 기술주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압력이 커졌다.

    시장 불안은 스페이스X 상장 이슈와도 맞물렸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초대형 IPO를 추진 중이며, 시장에서는 1조7500억달러 안팎의 기업가치가 거론된다. 반도체 기업은 아니지만, 대형 성장주 투자자금이 신규 상장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주에는 부담 요인이다.

    최근 AI 반도체주는 수급과 실적 기대를 동시에 안고 급등했다. 그만큼 차익 실현 명분도 쌓여 있었다. 브로드컴 실적 실망, 고용지표 호조, 금리 인상 우려, 스페이스X IPO 경계감이 한꺼번에 겹치자 투자자들은 가장 많이 오른 종목부터 팔기 시작했다.

    미국발 반도체 급락은 8일 국내 증시에도 직접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AI 메모리 기대감을 타고 강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최근 이틀 연속 약세를 보이며 차익 실현 조짐이 나타났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대장주로 프리미엄을 받아온 만큼 미국 메모리주 조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